국제통화기금(IMF)의 한파로 극도로 위축돼 있는 우리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많다.

성장 위주의 개발연대 동안 누적된 각종 악습들로 인해 오늘날과 같은
경제위기가 초래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에따라 한국경제신문사는 19일 한국종합전시장(KOEX) 국제회의장에서
한국리더십센터와 공동으로 "무한경쟁시대의 생존전략"을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 경제난국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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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근 < 전북지사 >

IMF시대를 맞이해 국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러다가 우리나라가 외국의
경제 식민지가 되는 것 아닌가" 혹은 "외국자본이 들어오면 그들의
기업사냥에 국내 기업을 빼앗기는 것 아닌가"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외자유치가 대외의존도를 높인다고 걱정하는 것은 소극적이고
패배주의적인 생각이다.

논리를 무시하고 감정에 치우친 사고방식의 발로일 따름이다.

우리 땅의 일부 또는 건물을 외국사람이 샀다고 해서 그 땅이나 건물을
외국으로 옮겨 갈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이 소유권을 행사하고 있을 따름이고 그 땅은 엄연히 우리나라
영토에 속해있다.

기업의 소유권도 마찬가지다.

하버드 대학의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국기를 앞세우고 세계로 진출하는
자국 기업들의 이윤을 높여주는 것보다는 자국 국민들이 세계 경제에
기여하는 가치를 확대함으로써 그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기업이 외국에 공장을 지어 외국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외국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해 고용을
창출하면 우리에게는 보다 직접적인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즉 초국적 기업인 경우 본부가 어느나라에 소속되어 있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일본의 도요타 회사가 미국에 공장을 지어 자동차를 만든다면
그것이 일제인가, 혹은 미제인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며 세계 어느
곳에서 생산하든 "도요타 자동차는 도요타제"라는 발상의 전환, 새로운
사고의 틀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외국인의 국내기업에 대한 개별투자 한도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본에는 국적이 없다.

세계 어느나라의 기업이건 기업의 제1목표는 이윤추구이지 애국이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국경의 장애를 뛰어넘어 적국과도 교역을 하겠다는
것이 자본의 속성이다.

따라서 이윤추구를 목표로 하는 기업의 경영인이나 소유자의 국적이
어느나라인가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않는다.

어차피 똑같은 제도하에서, 똑같은 경제환경에서, 똑같은 목표를 추구하는
이상 기업인이 그 나라 사람이건 다른나라 사람이건 행동양식에는 차이가
있을수 없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