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회사와 투자신탁회사의 역외펀드가 막대한 손실을 입게된 것은
펀드운용회사의 부실한 자산운용과 감독기관의 무책임이 빚은 합작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와 투자신탁회사들이 외화자금을 차입, 투기적인 거래를 하고
있는데도 감독당국은 역외펀드가 해외법인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역외펀드의 문제점으로는 먼저 과다한 외화차입금을 들수 있다.

증권사가 출자한 89개 역외펀드의 외화차입금은 97년말 기준으로 자본금의
1백36%에 달했다.

투자신탁회사는 역외펀드에 자본금의 5배에 달하는 차입금을 끌어다 썼다.

투자수익을 배증시킨다는 레버리지효과를 노렸으나 환율폭등과 국내주가
폭락으로 손실폭만 키웠다.

자산운용에서도 상당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역외펀드가 투자한 유가증권의 3분의2가 한국물이었다.

"환율변동에 대한 위험성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금리가 낮은 해외자금을
끌어다가 주식투자를 하다보니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동양증권 김대역
국제금융팀장)는 분석이다.

증권사 역외펀드는 국내주식투자에서만 6천5백억원의 손실을 봤다.

주식투자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손을 대기 시작한 파생금융상품
은 더욱 사태를 악화시켰다.

현지통화가 달러와 연계돼 있다는 과거의 경험만을 맹신하면서 금리가 높은
현지채권투자를 확대했다가 자본금의 수배에 이르는 손실을 봤다.

투자실패를 한꺼번에 만회하기 위해 매입했던 파생금융상품이 결국 더 큰
상처를 안겨 줬다.

역외펀드의 사정이 이러한데도 재경원과 증권감독원 등 감독기관은 역외
펀드가 해외현지법인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방치했다.

역외펀드의 자산운용실태는 물론 외화자금을 얼마나 차입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외환위기가 발생한지 한참후인 지난 1월에야 실태점검에 착수했을 정도다.

"증권사나 투신사의 해외투자손실은 타금융기관에 비해 훨씬 적은데도
과장보도되고 있다"(증권감독원 관계자)는 식의 반응만 보여 왔다.

이번에 드러난 역외펀드의 부실로 증권회사나 투자신탁회사는 앞으로 해외
투자에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됐다.

증권감독원이 이번에 문제가 된 역외펀드에 대한 지급보증을 규제하겠다고
밝혀 역외펀드의 외화차입이 불가능해졌다.

역외펀드의 활동이 위축될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증권감독원 안영환 검사1국장은 "파생금융상품의 거래내역을 모르고 있는
투자자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생금융상품에 대해서도 반드시 손실액
을 공시해야 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에 대한 공시의무를 대폭 강화함으로써 투자자들을 보호
하고 역외펀드의 손실에 대해 일정수준에서 손절매할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뒤늦은 감은 있지만 앞으로 해외법인에 대한
관리를 적극적으로 하겠다는게 정부당국의 입장이다.

<현승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