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위기를 수출로 극복하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12일부터 서울
강남의 한국종합전시장에서 열린 "98 서울인터내셔널 트레이드 위크
(구매상담회)"가 18일 막을 내렸다.

전세계 65개국에서 1천3백여명의 해외바이어들과 3천3백여명의 국내
수출업체들이 참가, 사상 최대의"수출촉진 이벤트"로 기록됐다.

이번 상담회에 대규모 바이어단을 이끌고 입국, 국내 수출개미군단들과
상담을 주선하느라 동분서주했던 KOTRA 해외무역관장들을 통해 우리 수출의
현주소와 극복과제, 한국의 IMF위기에 대한 해외의 시각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 "수출한국의 새지표"를 모색해본다.

< 편집자 >

=======================================================================

[[ 참석자 ]]

<>김종옥 <바르샤바 관장>
<>이종일 <타이베이 관장>
<>이종태 <시카고 관장>
<>이형도 <상파울루 관장>
<>전태수 <도쿄 부관장>
<>정종태 <대카 관장>
<>홍순용 <헬싱키 관장>

=======================================================================

[[ 해외 바이어동향 및 수출전망 ]]

-이번 수출구매 상담회에는 1천3백여명의 대규모 해외바이어들이
들어왔다고 들었습니다.

원화평가절하로 수출경쟁력을 높일수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되는데.

<> 이종태관장 =미국의 경우 예년과는 달리 시카고 지역에서만 기계류
바이어들이 8개사에서 13명이나 왔다.

환율덕분에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

올해 목표는 만성적인 대미 적자를 균형으로 맞추는 것이다.

이번 방한 바이어들은 기계류 외에도 섬유 의류 자동차부품 화학제품
가정용전기전자 등 어느해보다 골고루 망라돼 있다.

<> 전태수 부관장 =일본의 경우 원화 평가절하로 가격메리트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바이어 방문이 30%가까이 늘었다.

그동안 대만에서 주로 조달해왔던 냉장고부품에도 메이커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고 건자재에 대한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

<> 김종옥 관장 =동구권은 계속 기대되는 시장인데 거래관행을 고치는
것이 급선무다.

폴란드 등지에선 신용장거래가 오히려 생소하고 외상거래가 일반적인데
이런 현지 상관습에 적응하는 것이 급하다.

<> 이형도 관장 =중남미에선 한국의 재고상품을 수입하려는 바이어들이
늘고있다.

그동안 고환율로 한국을 외면하고 동남아등지로 몰려갔던 바이어들도
환율요인으로 다시 한국을 찾고있다.

<> 홍순용 관장 =인터넷이나 CNN방송 등으로 한국의 상황을 바이어들이
국내 못지않게 낱낱이 들여다본다.

대부분의 환율이 오른만큼 수출단가를 20~30%이상 낮춰달라고 요구한다.

올해 수출이 늘더라도 수출단가인하로 수익성은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 정종태 관장 =방글라대시도 마찬가지다.

대만 등지의 경쟁업체들이 우리 업체들의 가격경쟁력향상에 대응,미리
가격을 내리고있어 우리로선 어쩔수없는 실정이다.

-올들어 수출증가폭이 환율인상에 따른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 이종일 관장 =수출입금융이 잘 풀리지 않고있기 때문이다.

이것만 해결되면 3월부터는 확실히 늘어날 것이다.

[[ 해외시장 동향및 전망 ]]

-환율요인으로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지만 현지시장상황이 좋아야
수입수요가 늘어날수 있는데.

<> 이종태 관장 =미국은 장기 호황국면이어서 수출여건이 좋다.

수출증대는 우리하기 나름이다.

<> 이종일 관장 =잘 알다시피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가
그동안 우리수출의 주력시장중 하나였는데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다행히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경제권에 대한 수출이
대안으로 주목된다.

특히 국교단절 이후 우리의 뇌리에서 멀어져간 대만과의 교역을 다시
생각해야할 때라고 본다.

대만은 우리의 7대 수출시장인데 올들어 환율덕분에 바이어들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우리 흑자가 25억~3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상품에 대한 바이어나 소비자들의 인식도 좋다.

<> 홍순용 관장 =북구를 비롯한 유럽의 경우 소액주문과 외상거래를
기피해서는 곤란하다.

그동안 이런 현지상거래 특성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수출이 크게 늘지
않았다.

다행히 최근들어 소액다품종 거래에 대한 우리 수출업체들의 자세가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 전태수 부관장 =일본의 내수상황이 좋지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이
크기 때문에 제품만 확실하면 수출을 늘릴수있다.

<> 김종옥 관장 =동구권의 경우 아직 기회는 많다.

향후 수출유망품목은 전자저울 섬유류 볼펜 자동차부품 등을 추천하고
싶다.

동구권에서 지속적으로 수출을 늘리기 위해선 우리의 결제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폴란드에서 신용장을개설하기 위해선 거래액의 1백10%를 은행에 예치해야
하는데 현지 업체들이 꺼린다.

아직 이같은 현지상거래 관행을 치밀하게 파악, 적응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같다.

[[ IMF체제후 국내 수출마인드 평가 ]]

-IMF위기를 극복하는 돌파구는 수출인데 국내의 수출마인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 이종태 관장 =기업들은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하는
모습들이 역력하다.

예전에는 바이어를 소개해주어도 시큰둥해 했지만 최근에는 "수출로
새롭게 출발하려 하니 무역관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도와주셔야 재기할수 있습니다"라는 애절한 사연까지 담아 수출알선도움을
청하는 팩스나 전화 편지 등이 쏟아져 들어온다.

"수출개미군단"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다.

<> 홍순용 관장 =개미군단이 다시 수출전선으로 몰려오는 것은 사실인데
재고품의 헐값수출에만 만족할 경우 환율혜택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기술 디자인개발 등 진부한 얘기로 치부하지말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지금 당장의 이득을 포기하더라도 독일이나 일본처럼 환율에 "일희일비"
하지않는 기술및 디자인, 패션우위 상품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도모하겠다는
"절치부심"의 정신이 한국수출마인드의 요체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본다.

이것 없이는 막대한 외채의 원금까지 갚을 수있을 정도로 지속적인
무역흑자를 내기 힘들다고 본다.

급격한 평가절하에 의한 수출증대는 마치 우리상품의 국제경쟁력이
근본적으로 좋아졌다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킬수 있다.

이로 인해 장기적인 수출경쟁력 기반을 다지는 노력, 즉 기술 디자인
패션 등의 개발을 게을리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가져올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그동안 수출이 부진했던 원인 ]]

-해외교역의 누적적자가 IMF사태를 불러온 구조적인 원인으로 지적되는데,
수출부진 요인은.

<> 이종태 관장 =이미 다 아는 얘기이지만 물량불리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기술개발 브랜드PR 디자인혁신 등을 게을리한 탓이다.

미국시장의 경우 80년대엔 한국산 컬러TV의 수출이 좋았다.

그러나 90년대들어 밀려났다.

그렇지만 소니 마쓰시타등 일제는 동남아산이든 미국산이든 상관없이
미국시장을 여전히 석권하고있다.

이렇게된 원인이 바로 앞서 말한 외형위주의 수출에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고환율이 지속되다보니 견딜 제간이 없었다.

일본이나 독일처럼 확실한 브랜드와 기술력을 지닌 상품을 수출하지 않고선
환율요인을 이용한 수출은 곧 한계에 부딪칠 것이다.

환율호기라고해서 과거의 실패를 또다시 되풀할 경우 다시는 재기하기
어렵다는 것을 정책당국이나 기업 모두 명심해야할 것이다.

[[ 외국인 투자유치 전망 ]]

-IMF체제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선 수출 못지않게 외국인 투자유치가
중요한데.

<> 이종태 관장 =언어소통에서 정부규제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모든 여건이
외국인이 이 땅에서 제조업을 하기엔 아주 좋지않은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우선 외국기업들은 "한국근로자들은 직장을 자신의 "철밥통"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우선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져야 하고 배타적인 외국기업관을
고쳐야 한다고 본다.

<> 이종일 관장 =대만 기업들은 이번 기회에 자신들이 갖추지못한 한국의
중화공 제조업체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고있다.

이미 몇몇 조사단이 다녀간 것으로 안다.

하지만 "한국 근로자들을 다루는데 자신이 없어 망설여진다"고 토로하는
현지 기업인들이 많다.

우리의 제조업투자유치 여건이 획기적으로 좋아지지않는 이상 외국인들은
들락날락하기 쉬운 금융쪽에 쏠릴 것이다.

금융분야는 투자와 투기를 분간하기 어렵고 우리경제에 조금만 문제가
생기면 썰물처럼 빠져나가게 마련이어서 반드시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따라서 외국인 제조업 투자유치에 총력을 기울려여한다고 본다.

[[ 한국의 IMF체제에 대한 현지의 시각 ]]


-한국의 IMF위기극복에 대한 현지 분위기는.

<> 이종태 관장 =미국의 경우 현재로선 긍정적이다.

소비절약, 금모아 수출하기등 국민이 일치단결해서 위기를 극복하려는
자세를 일단 평가하는 분위기이다.

확실히 인도네시아나 태국과는 다르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한국을 경험한 미국인들은 좀더 지켜보자는 쪽이다.

최근 몇년새 한국에서 영어강사 등으로 일하는등 한국을 체험한 미국의
일반시민들이 급증했다.

이들중 상당수는 우리 한국인들이 어떤 위기가 닥치면 불같이 일어서지만
조금만 지나면 곧 방심해버린다고 꼬집는다.

또 우리의 외채규모가 너무 커졌고 자원이 거의 없다는 점을 들어
IMF체제를 조기에 벗어나는데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 홍순용관장 =북구 핀란드도 90년대 초반에 우리와 비슷한 고초를 겪은
경험이 있다.

당시 이 나라는 전통적인 제지산업 등에서 과감히 벗어나 통신 기계
두 분야에 집중하는 산업전반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렇게 하는데 6~7년정도 걸린 것으로 안다.

우리도 1~2년안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조급증을 버리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초부터 새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영국도 IMF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라라고만 단순하게 알려져있는데
그들이 거의 10년에 걸친 각고끝에 경제를 되살릴수 있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것같다.

<> 이종일 관장 =우리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경쟁국의
움직임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미 인도네시아 사태는 우리의 IMF위기탈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관심사는 중국이다.

만약 중국이 주변 경쟁국의 평가절하에 버티지 못하고 이 대열에 뛰어들
경우 우리의 수출은 파국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 이종태 관장 =중국이 평가절하하기 전에 우리의 수출경쟁력을
다져놓아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없어 안타깝다.

모든 경제주체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지혜를 모아야할
때라고 본다.

< 이동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