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50억달러에 이르는 국내 금융기관의 단기외채를 만기연장해 주는
외국은행들에게 "풋옵션"의 일종인 채무자 변경권리가 주어진다.

이 경우 재무건전도나 우량도가 높은 일부은행들에게 자금이 몰리면서
후발은행이나 지방은행들이 또다시 외화유동성 부족사태를 겪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채구조개선기획단이 오는 23일 씨티은행을 통해
해외 채권은행단들에게 우송키로 한 만기연장 요청서에는 채권은행이 만기를
연장한 뒤 일정기간후 채무은행을 바꿀 수 있는 풋옵션 조항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단 관계자는 "1,2,3년짜리 채무 모두 만기연장 6개월후 첫이자 지급일
에 채권은행이 채무자를 바꿀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며 "정부가 뉴욕
외채협상때 채권은행단의 요구를 수용해 이 조항을 추후에 넣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채무자 변경권만 부여했다는 점에서 만기 이전에 대출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포괄적으로 주는 풋옵션과는 구분된다"며
"지나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채무자를 변경할 경우엔 기존 채무자뿐 아니라
새 채무자의 동의도 있어야 가능토록 제한적인 조항도 덧붙었다"고 말했다.

금융계는 그러나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유동성에 비춰 외국은행들이 협상
에서 우위를 가질 수 밖에 없어 채무자 변경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따라 우량도가 떨어지는 후발은행 지방은행 종금사들의 경우 단기외채
의 중장기 전환이 성공되더라도 6개월후 다시 재협상을 벌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실제 외국계 은행들은 올들어 후발은행과 지방은행들로부터 자금을 회수,
국책은행과 일부 우량은행에 지원하는 양상을 보였었다.

일부 국책은행들은 외국은행들이 후발은행과 지방은행에서 회수한 중장기
외채를 자신들이 떠맡아 국내 외화유동성을 보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는 문제가 있어 시행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박기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