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무한경쟁시대 '입찰의 조건'..김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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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바로 김영삼 정부에서 이뤄진 기간통신사업자
선정작업이다.
감사원은 사업자선정에 비리의혹이 짙다고 보고 특별감사에 착수했지만,
정작사업자선정을 주도한 당시의 고위 관계자는 "한점의 의혹도 없었다"고
당당히 맞서고 있는 모양이다.
이렇듯 논란이 되고 있는 정보통신산업은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첨단산업이자 성장산업이다.
또한 통신산업의 특성상 가용 주파수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어 사업자
수의 제한이 불가피하고, 따라서 사업권을 획득한 기업은 어느정도의
독점적 지위를 향유할수 있다.
이러한 매력때문에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정보통신산업에 참여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오죽했으면 정보통신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까지 불려졌을까.
그러나 최근들어 사업권획득을 위해 거액을 투자했던 시티폰(CT-2)
사업자들이 사업권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일부 학자들과 언론은 이것을 두고 사업권획득을
둘러싼 기업들의 과당경쟁및 과잉투자로 말미암아 엄청난 자원의 낭비가
발생했으며,궁극적인 책임은 사업권을 나눠준 정부에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이러한 현상이야말로 우리 경제가 경쟁체제로
전환하고 있다는 좋은 증거이며, 우리 기업들이 앞으로 반드시 유념해야
할 "승자의 화"(winner"s curse)라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960년대말 미국 정부가 대륙붕 석유개발권을 입찰경쟁에 부쳤을 때
개발권을 획득한 석유회사들의 대부분이 이 "승자의 화"라는 함정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승자의 화"를 설명하기 위해 간단한 숫자 예를 하나 들어보기로 한다.
사후적으로 20억원의 이익이 기대되는 사업권획득을 위해 세 기업이
입찰경매에 참가했다고 하자.
사업권의 이익가능성에 대해 세 기업이 각각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고
위험회피 성향도 달라 신중한 기업은 10억원, 중간적인 기업은 20억원,
공격적인 기업은 30억원을 입찰금액으로 써내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쟁에서 공격적인 기업이 승자가 되지만 사후적으로는 10억원의
손실을 입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승자의 화이다.
다시 말해 누가 승자가 되는가에 상관없이 사후적으로 동일한 이익이
실현되는 입찰경쟁에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승리했다는 사실 자체가
복이 아니라 화가 될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승자의 화"에 대한 경험 덕분에 1970년대 이후 미국 기업들의
입찰패턴이 신중하게 바뀌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말해 입찰금액을 산정할 때 기대이익과 경쟁기업의 반응을
고려할 뿐만 아니라 예상되는 "승자의 화"를 금액으로 산정하여 그 액수만큼
제하게 되었던 것이다.
미국 기업들과 비교해볼 때 우리 기업들의 입찰경매에 대한 경험은
아직 일천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미국이나 여타 선진국 기업들에 비해 "승자의 화"를
과소평가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크다고 하겠다.
이상의 관점에서 본다면 시티폰 사업자들의 사업권포기를 단순한 자원의
낭비라고 보기에 앞서 우리 기업들이 비싼 수업료를 내고 "승자의 화"가
무엇인지 배울수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정부는 올 하반기중 위성방송 사업자를 선정하고 빠르면 내년초부터
위성방송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으로 있다고 한다.
정부가 사업자 선정방법으로 보다 선진화되고 투명한 공개입찰방식을
채택하게 되면 입찰에 참가하는 기업들이 이러한 "승자의 화"에 걸려들
가능성이 과거 사업계획서 심사방식 때보다 훨씬 더커지리라 예상된다.
입찰참가 기업들이 이러한 "승자의 화"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한 채
과거처럼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입찰에 임하게 되면 또 다시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외환대란을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과도한 외채
차입과 이에 기초한 기업들의 방만한 경영 역시 넓은 의미에서 "승자의
화"라는 함정에 빠졌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경쟁을 제한하는 각종 교역장벽 및 진입장벽으로 보호받던
시절에는 "승자의 화"라는 개념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처럼 우리 경제가 무한경쟁에 적나라하게 노출된 상황에서는
"승자의 화"가 분명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1일자).
선정작업이다.
감사원은 사업자선정에 비리의혹이 짙다고 보고 특별감사에 착수했지만,
정작사업자선정을 주도한 당시의 고위 관계자는 "한점의 의혹도 없었다"고
당당히 맞서고 있는 모양이다.
이렇듯 논란이 되고 있는 정보통신산업은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첨단산업이자 성장산업이다.
또한 통신산업의 특성상 가용 주파수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어 사업자
수의 제한이 불가피하고, 따라서 사업권을 획득한 기업은 어느정도의
독점적 지위를 향유할수 있다.
이러한 매력때문에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정보통신산업에 참여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오죽했으면 정보통신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까지 불려졌을까.
그러나 최근들어 사업권획득을 위해 거액을 투자했던 시티폰(CT-2)
사업자들이 사업권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일부 학자들과 언론은 이것을 두고 사업권획득을
둘러싼 기업들의 과당경쟁및 과잉투자로 말미암아 엄청난 자원의 낭비가
발생했으며,궁극적인 책임은 사업권을 나눠준 정부에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이러한 현상이야말로 우리 경제가 경쟁체제로
전환하고 있다는 좋은 증거이며, 우리 기업들이 앞으로 반드시 유념해야
할 "승자의 화"(winner"s curse)라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960년대말 미국 정부가 대륙붕 석유개발권을 입찰경쟁에 부쳤을 때
개발권을 획득한 석유회사들의 대부분이 이 "승자의 화"라는 함정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승자의 화"를 설명하기 위해 간단한 숫자 예를 하나 들어보기로 한다.
사후적으로 20억원의 이익이 기대되는 사업권획득을 위해 세 기업이
입찰경매에 참가했다고 하자.
사업권의 이익가능성에 대해 세 기업이 각각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고
위험회피 성향도 달라 신중한 기업은 10억원, 중간적인 기업은 20억원,
공격적인 기업은 30억원을 입찰금액으로 써내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쟁에서 공격적인 기업이 승자가 되지만 사후적으로는 10억원의
손실을 입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승자의 화이다.
다시 말해 누가 승자가 되는가에 상관없이 사후적으로 동일한 이익이
실현되는 입찰경쟁에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승리했다는 사실 자체가
복이 아니라 화가 될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승자의 화"에 대한 경험 덕분에 1970년대 이후 미국 기업들의
입찰패턴이 신중하게 바뀌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말해 입찰금액을 산정할 때 기대이익과 경쟁기업의 반응을
고려할 뿐만 아니라 예상되는 "승자의 화"를 금액으로 산정하여 그 액수만큼
제하게 되었던 것이다.
미국 기업들과 비교해볼 때 우리 기업들의 입찰경매에 대한 경험은
아직 일천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미국이나 여타 선진국 기업들에 비해 "승자의 화"를
과소평가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크다고 하겠다.
이상의 관점에서 본다면 시티폰 사업자들의 사업권포기를 단순한 자원의
낭비라고 보기에 앞서 우리 기업들이 비싼 수업료를 내고 "승자의 화"가
무엇인지 배울수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정부는 올 하반기중 위성방송 사업자를 선정하고 빠르면 내년초부터
위성방송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으로 있다고 한다.
정부가 사업자 선정방법으로 보다 선진화되고 투명한 공개입찰방식을
채택하게 되면 입찰에 참가하는 기업들이 이러한 "승자의 화"에 걸려들
가능성이 과거 사업계획서 심사방식 때보다 훨씬 더커지리라 예상된다.
입찰참가 기업들이 이러한 "승자의 화"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한 채
과거처럼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입찰에 임하게 되면 또 다시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외환대란을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과도한 외채
차입과 이에 기초한 기업들의 방만한 경영 역시 넓은 의미에서 "승자의
화"라는 함정에 빠졌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경쟁을 제한하는 각종 교역장벽 및 진입장벽으로 보호받던
시절에는 "승자의 화"라는 개념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처럼 우리 경제가 무한경쟁에 적나라하게 노출된 상황에서는
"승자의 화"가 분명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