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대만 양국은 지난 40년간 ''쌍둥이''처럼 초고속성장을 누려왔다.

그러나 한국은 최근 금융위기를 겪고 있고 대만은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양국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프랭크 앨철 미 예일대교수(국제경제학)는 19일 파이낸셜타임스지 기고를
통해 양국은 산업구조와 성장패턴, 외환구조 투자 생산성 노동시장 등에서
커다란 차이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들은 자본집약적인 외국기술을 일찍 도입, 대도시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기업들은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에 따른 과다차입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대만에서는 중소기업들이 노동집약적인 기술로 무장한채 전국 각처에서
자력으로 성장했다.

중소기업은 정부와 금융권의 보호를 받지 못해 투자와 부도 위험도가 매우
컸다.

대만 기업들은 한국기업들과 달리 이른바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
에 이끌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 결과 대만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이 87%에 불과한데 반해 한국의 경우
3백%에 달했다.

외환보유고도 한국(1백70억달러)보다 대만(8백60억달러)이 무려 5배
많았다.

국제 환투기꾼들이 대만보다는 한국을 상대로 작전을 펴기가 그만큼
쉬웠다는 얘기다.

앨철 교수는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국가들은 이같은 양국경제의
차이점을 직시하고 대만을 경제재건의 모델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유재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