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들이 정리해고 불안속에서 각종 실적 올리기 캠페인 압력으로
2중3중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IMF여파로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자 많은 회사들이
직원들에게 판매량을 할당해주는 등 매출부진을 만회하려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일부 회사들은 특히 캠페인 실적을 정리해고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어
직장인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에 사는 주부 김선희씨(30)는 최근 자동차보험을
갱신할 수 없겠느냐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자동차보험회사에 다니는 남편이 실적부진으로 정리해고를 당할
위기에 처해있다며 제발 보험계약을 남편명의로 갱신해달라며 울먹였다.

이에 따라 김씨는 같은 보험사임에도 불구하고 보통 1년만기의 자동차
보험을 6개월만에 다시 계약을 했다.

증권사들도 대대적인 캠페인을 펴고 있다.

주식으로 더 이상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증권사들은 RP(환매조건부
채권), MMF(머니마켓펀드),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 판매에 사활을 걸고
매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직원들에게 유치액을 직급별로 할당해 독려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모기업의 부도로 1천5백명의 직원중 절반에 해당하는
7백50명을 정리해고한 D증권은 그동안의 캠페인 실적을 해고기준 중의
하나로 삼았다.

기름값 인상 등의 여파로 극심한 내수부진을 겪고 있는 자동차 판매회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직급별로 부장급 5대씩, 직원들 1~2대씩 등 판매대수를 할당해 팔도록
요구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해약자들을 방지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다.

각 영업점별로 해약률이 높을 경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해
놓은 상태다.

모기업체 대리인 주명진씨(33)는 "정리해고로 누가 짤릴 지 모르는 판국에
여기저기서 회사 캠페인 실적을 주요 평가기준으로 삼는다는 얘기가 들려
온다.

일단 캠페인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