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과자 음료 구두 등 소비재 제조업체들이 판매량은 줄지 않게 하면서
원가부담의 증가를 보전할 수 있는 적정가격대 선정에 고심하고 있다.
원자재가격의 급등으로 엄청난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했으나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로 소비자들의 가격저항이 워낙 거세져 인상요인을 많이 반영
하려다 자칫 엄청난 판매감소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가격저항이 얼마나 거센지는 제과점 식빵의 판매급감에서 단적
으로 입증됐다.
식빵값은 오랫동안 봉지당 2천원선을 유지해 왔다.
샤니 삼립식품 등 양산빵업체들이 "식빵값은 2천원대여야 한다"는 소비자들
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감안, 2천5백원선으로 값을 조정한데 비해 제과점들은
일거에 3천원으로 올렸다.
결과는 소비자들의 저항에 부딪친 제과점 빵의 판매급감으로 나타났다.
금강제화 등 구두메이커들은 최근 신사.숙녀화의 가격을 8만~9만원으로
7%가량 인상했다.
20%이상의 인상요인이 발생했으나 물가안정 등을 위해 인상폭을 줄였다는
설명이나 실제로는 소비자들의 가격저항을 우려, 인상폭을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구두의 가격저항선이 켤레당 10만원대에 걸쳐 있어 어쩔 수 없이 저항선을
넘지 않는 8만~9만원으로 가격을 조정했다는 얘기다.
음료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음료업체들은 "음료 한 깡통은 5백원"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심리에
깊숙이 자리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이해선 부장은 "판매장소에 따라 1백~2백원정도 더 받고
덜 받을 수는 있지만 1천원대까지 올라가면 소비자들의 막연한 가격기준이
깨지면서 판매에도 상당한 애로를 겪게될 것"이라고 말한다.
음료의 주원료인 설탕가격이 60%이상 급등했음에도 불구, 음료업체들이
선뜻 값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과업체들도 비용상승에 따른 원가압박과 가격마지노선 사이에서 고민중
이다.
동양제과 김흥재 마케팅본부장은 "부모들이 더 이상 아이들에게 과자를
사주지 않는 가격선이 얼마인지가 인상폭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라고 설명
했다.
김부장은 "과자는 부모의 주머니사정과 어린이들의 소비패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인상여부를 결정하기가 더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질수록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은 기업들의 가격결정에 더욱 힘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