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관치금융 시대입니까"

은행과 투자신탁회사의 자금운용담당자들이 내뱉는 소리다.

정부가 "강압적인" 예금금리 인하조치를 내놓은데 대한 하소연이다.

인위적인 금리인하 유도정책이 실세금리는 낮추지 못한채 시중자금흐름만
왜곡시킨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9일 전격적인 예금금리 인하조치를 단행한 것이 발단이다.

하루만 맡겨도 고수익을 돌려주는 투신권의 머니마켓펀드(MMF) 세전수익률을
연 20% 밑으로 낮춘 "신MMF"를 팔도록 했다.

인기를 끌던 은행의 6개월짜리 신종적립신탁도 만기를 1년6개월로 늘렸다.

중도해지수수료도 높여 상품의 메리트를 없앴다.

예금금리 인하와 투자자금의 장기화로 실세금리를 떨어뜨려 기업들의
자금운용에 숨통을 터준다는게 명분이었다.

그 결과 초단기고수익을 누리던 자금이 단기상품으로 이탈했다.

투신사 MMF 잔고는 금리인하전보다 6조원이나 줄어들었다.

신MMF 잔고는 2조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1개월짜리 신단기공사채는 6천억원 늘어났고 3개월짜리 단기공사채는
2조3천억원이나 불어났다.

이달초만 해도 하루평균 1천7백억원씩 늘어나던 신종적립신탁 증가세도
주춤해졌다.

정부가 의도한 대로 실세금리가 내렸나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지난 9일 연 18%대로 떨어졌던 3년만기 회사채수익률은 오히려 연 20%대로
올랐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정부의 개입조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투신사 단기상품으로 자금이 몰리자 이번엔 6개월미만의 단기상품에
대해서도 세전수익률을 연 20% 밑으로 낮추도록 했다.

시중자금이 또다른 틈새시장을 찾아 발빠르게 움직일게 뻔한 이치다.

금융기관의 자금운용자도 자금흐름에 대해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실정
이다.

장기안정적인 자금운용이 가능할 턱이 없다.

금융시장의 혼란만 가져오는 "신 관치금융"은 이제 시장원리로 돌려져야
한다.

손희식 < 증권부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