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태호 대우경제연구소 상무 >>

대체적으로 방향을 옳지만 너무 조급하게 진행되고 있다.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만 쫓겨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오히려
혼란만을 야기해 금융시스템의 물안을 불러 올수 있다.

우선은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시장여건을 조성한뒤에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는 등 차근차근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가 지나치게 이를 강요할 경우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실효없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내용도 재고해볼 곳이 적지 않다.

은행빚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문제의 경우 말처럼 효과적이지 않다.

은행의 기업 주식소유한도가 15%로 묶여 있는데다 설사 은행이 주식으로
전환하더라도 은행 경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부실채권을 양산할 수도 있다.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 맞추기에 급급한 은행입장에서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인센티브도 크지 않다.

게다가 대출서류조차 제대로 심사하지 못하는 은행이 기업의 경영에 간여
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것이다.

<< 김세진 한국경제연구권 연구위원 >>

은행이 채권자로서 기업의 경영을 감시하는데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은행이 실물부문의 투자조정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무구조개선 협약은 은행과 기업간 자율적인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가 배후에서 일률적으로 감독하고 관리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만을
초래할 것이다.

부도유예협약의 경우에도 취지는 좋았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함으로써
은행의 자율을 해쳐 부작용을 낳았던 것이 좋은 본보기다.

시간이 촉박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재무구조개선 약정은 결국 은행의 힘을 빌어 정부가 대기업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과거 관치금융의 부작용이 재연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은행과 기업간 협약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금융의 자율성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

또 현재와 같은 은행경영체제에서 은행이 기업을 지배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정부의 간여없이 은행과 기업이 자발적으로 협약을 맺어야만 한다.

금융자율화가 이루어져 은행의 기능이 정상화돼야 협약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 정순원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전무 >>

기업 재무구조 개선과 은행의 경영상태 호전은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지금처럼 짧은 기간에 하려 할 경우 건전한 기업마저 부실화될 수도 있다.

시간을 두고 여건을 조성해 합리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특히 금융기관의 경영행태가 개선된 뒤에 은행간의 관계정상화를 시도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심사능력이 모자르고 실질적으로 당국의 관리를 받는 상황에서
은행을 통해 기업구조를 개선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금은 대외신인도 회복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국제경쟁력 제고에 역점을
둬야 할 시점이다.

외채상환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조업에 대한 투자 증대, 기술개발, 수출확대 등에 대한 지원
으로 경쟁력 배양해야 한다.

<박영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