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수명을 염두에 두고 세운 구조물에 길어야 30년 밖에 견딜수 없는
재료를 썼다면 어떻게 될까.

예상치 못한 시점에 삼풍백화점 같은 운명을 맞을게 뻔하다.

그렇다고 30년정도 유지하면 될 구조물에 50년이 지나도록 끄떡없는 재료를
끼워 넣는다면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닐수 없다.

어떤 구조물이든 용도와 내구성에 맞는 재료의 선택은 그만큼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선 구조물의 밑그림(설계)을 그리는데 주로 외국의 재료규격기준
을 참조한다.

그런데 이들 규격기준은 워낙 방대해 전문가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최적의 재료인지를 판단할수 있는 경험자료도 부족해 막연한 감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

설계도면에서부터 부실과 낭비요인이 스며들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전력기술(주) 전력기술개발연구소 홍성호(39)박사는 최적재료 선택에
더이상의 실패는 있을수 없다고 말한다.

한국과학기술원(재료공학)을 마치고 한기에 입사한지 올해로 만 10년째.

그는 팀원 2명과 함께 4년여간 씨름한 끝에 "발전설비 재료분석 평가시스템
(PMAS)"을 지난해 완성했다.

미국(ASTM) 독일(DIN) 일본(JIS), 그리고 우리나라(KS)의 발전설비 관련
철강 및 비철재료 규격기준을 CD롬 한장에 담은 것.

"발전설비에 사용되는 모든 재료의 규격및 등급번호는 물론 기계적 화학적
물리적 성질까지 검색가능합니다. 규격별 재료의 대응관계 및 사용조건도
알아볼수 있고요. 발전설비의 설계도면과 적용재료, 그리고 손상사례 등도
확인할수 있습니다"

초보자도 키워드 입력과 몇번의 마우스 클릭만으로 충분하다.

발전설비의 설계 및 유지보수에 경쟁력을 배가해 기술자립을 도모할수 있는
무기인 셈이다.

다른 산업설비분야에서도 PMAS에 담긴 정보의 80%를 그대로 활용할수 있다.

따라서 한전 원자력연구소, 그리고 다른 엔지니어링업체와 업무협의체를
구성, 이를 국가적 프로그램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추진중이다.

"물론 완전한 것은 아닙니다. 설계경험자료와 설비의 손상사례를 더욱
보강해야 하지요. 여러가지 여건상 이들 자료는 공개되지 않는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엔지니어링분야의 노하우를 쌓아 국제경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의 실패사례를 모두 공유토록 한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남이 할수 있는 것은 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그는 또다른
걸작을 내놓을 채비를 하고 있다.

먼저 발전소 배관의 설계와 수명을 예측할수 있는 프로그램(PDLAP)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섭씨 1백50~2백도의 조건에서 질소산화물을 제거할수 있는 저온용 탈질
촉매의 개발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