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금융시스템이 통화위기를 계기로 크게 나빠져 아시아 국가들중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의 정치경제자문회사(PERC)는 22일 발표한 "아시아 각국 금융제도
평가보고서"에서 한국의 금융분야에 대한 평점을 지난해의 5.61점에서
올해에는 8.9점으로 낮췄다.

이 평점은 금융시장 개방도 등을 기준으로 0~10점까지 매겨지는데 10점이
가장 취약한 상태를 가리킨다.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한국보다 평점이 낮은 나라는 통화위기를 겪고 있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뿐으로 각각 지난해의 5.27점과 6.49점에서 9.0점과
9.2점으로 하락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한국과 태국은 "금융시스템 위기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의
개선전망이 밝다"고 지적하고 "인도네시아의 경우 정치적 위기가 해소되기
까지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이번 평가에서 7.5점을 받아 한국 태국 등보다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금융부문에 대한 개혁 개방정책을 서두르지 않을 경우
아시아 금융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최대 예측 불가능지역(와일드
카드)"으로 꼽혔다.

한편 홍콩과 싱가포르는 각각 2.64점과 2.68점으로 아시아 최상의 금융
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대만과 필리핀은 각각 4.8점과 5.75점을 얻었고 선진국임을 자처하는
일본은 5.8점으로 이들 국가보다도 처졌다.

보고서는 아시아 금융산업이 "보다 건전하고 경쟁력있는 분야"가 될
것으로 낙관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선진국 은행들이 이들 국가의 기업들과
개별 융자협상을 재개한 뒤에나 가능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