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의 대가 야노스 스타커(74).

1924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그는 이 시대 첼로음악을 이끌어온
거장이다.

90년대 들어 당대의 라이벌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71)가
첼로연주보다 지휘에 몰두하는 데 비해 스타커는 여전히 젊은 연주자들
못지 않은 왕성한 연주와 녹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에라토의 "전설적 첼리스트의 초상"에선 그의 60년대 연주, BMG
듀오시리즈로 나온 "야노스 스타커"엔 90년대의 녹음들이 담겨 있다.

두 음반 모두 2CD의 염가음반.

양쪽에 실린 곡은 브람스의 "첼로소나타 e단조 작품38번".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만큼이나 자주 연주하고 녹음하는 대표적인
레퍼토리.

완벽주의자 브람스가 4년여동안 완성한 역작으로 전 악장에 걸쳐 첼로의
무거운 선율이 흐르고 비장미가 넘치는 곡이다.

"아다지오악장"없이 3악장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

50~60년대 절친한 파트너였던 피아니스트 조르쥬 세복과 함께 한
에라토녹음엔 전성기의 힘차고 당당한 스타커를 느낄 수 있다.

스타커는 선율에 담긴 세상의 고통과 우울을 가감없이 두터운 질감으로
들려준다.

BMG음반엔 루돌프 부흐빈더(피아노)와 연주한 94년녹음이 들어 있다.

세월로 인한 노쇠의 기미는 몇몇 빠른 악구에서 어쩔 수 없이 드러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투박하게 밀어붙이는 자신감은 여전하다.

세세한 감정표현엔 관심없는 듯 무심히 흘러가는 그의 첼로는 오히려 더
슬픈 감정을 이끌어낸다.

노대가의 깊은 통찰력과 사색을 느끼게 하는 연주.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