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 임명동의안이 25일 국회에서 처리될지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그동안 한나라당 등 야권에 대한 물밑 정지작업의
"성과"를 보고받고는 어느 정도 자신있다고 판단, 23일 자민련 김명예총재를
차기정부의 초대총리로 지명하기는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여권의 "각개 격파"와 여론의 압박에도 불구, "JP 총리"
의 인준에 반대한다는 당론을 재확인하고 내부 표단속에 나서는 등 당력을
결집하고 있다.

"JP총리"의 인준이 거부될 경우 차기정부는 출범 자체가 지체되는 등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곤경에
처하게 된다.

또 대통령제하에서이긴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연립정권"
이 무산될 수도 있어 그 정치적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같은 부정적인 여파에도 불구, 한나라당이 인준반대라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복잡한 당내 사정과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당론이 확정된 이상, 이를 관철시키지 못할 경우 당내에서 지도부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거야"의 위력을 과시함으로써 차제에 정국 주도권을 움켜쥐겠다
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예정된 "경제청문회"나 구여권세력의 신여가담이라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정계개편 등에도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담겨져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여권이 야당의원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총리인준안을 저지하지 못할 경우 당내 갈등이 증폭될 것을
우려, 타협론을 제기하고 있어 여야간 물밑접촉 결과가 주목된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이날 국정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임명동의안
처리에 협조해줄 것을 한나라당측에 촉구하는 한편 투표방식과 관련해서도
백지투표는 위헌이라며 자유표결을 채택해줄 것을 요구했다.

양당은 또 한나라당측과의 비공식 절충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의 맹형규 대변인은 그러나 이날 총리 지명에 대한 성명을 통해
"김당선자가 JP 총리지명을 강행한 것은 겉으로는 동반자적 야당 관계를
내세우면서 실질적으로는 야당을 무시하고 분열시키려는 의지를 표출한 것"
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한나라당지도부 내에서도 미묘한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조순 총재가 "당론을 관철하는 과정에서 국정공백과 비난 여론 등
부작용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음미해볼만한
대목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JP총리 인준" 문제를 놓고 "빅 딜"이 이뤄질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의원 빼가기"나 "표적 사정" 등을 하지 않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을
받아내는 조건으로 크로스 보팅을 받아들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결국 여권의 고강도 회유와, 한나라당 일부 의원의 반발 및 지도부의
득실판단, 국민 여론의 추이 등에 따라 한나라당의 당론이 탄력적으로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관측이다.

<박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