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휴 은행감독원장이 23일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비자금 계좌추적
문제와 관련,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 96년8월 임기 4년의 은감원장에 취임한 이원장은 이날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를 통해 사직서를 냄으로써 임기를 2년6개월 남겨 놓고
중도하차하게 됐다.

이원장의 사직서제출은 비자금사건과 관련, 현직 사퇴를 조건으로
불입건키로한 검찰의 방침에 따른 것.

이원장의 전격 사퇴로 누가 후임 은감원장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당분간 공석을 유지하거나 새로 임명될 금융감독위원장이
겸임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현 규정상 은감원장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그렇지만 금융감독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과연 1년짜리 은감원장을 임명
할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증권감독원장 자리를 공석으로 두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은감원장
자리도 당분간 공석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어차피 통합금융감독원이 출범하면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임하게
돼 있는 만큼 조만간 임명될 금감위원장이 은감원장과 증감원장을 겸임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그때까지는 강신경 부원장이 원장직무를 대행할 전망이다.

따라서 새로 임명되는 금감위원장이 올해부터 사실상 3개 감독원을 직할
통치하는 막강한 역할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감위원장후보로는 박태영 전의원(국민회의)과 이헌재 비상경제대책
위원회 기획실장, 신명호 주택은행장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이원장의 중도하차에 대해 은감원직원들은 애석해 하는 분위기.

한 관계자는 "불법 계좌추적에 책임을 지는 것은 마땅하나 한보사태 외환
위기 등 온갖 뒤치닥거리를 하면서도 놀라운 업무추진력을 보였다"며 이
원장의 퇴진을 아쉬워 했다.

다른 관계자도 "누가 은감원장으로 오든지간에 확실한 독립장치가 마련되지
않는한 정권실세의 요구를 거절하긴 힘들다"며 감독기구를 정권도 단순한
하부기구로 대하는 관행이 시정돼야 한다고 한마디.

<하영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