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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25일자)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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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누리에 봄기운이 기지개를 켜는 이 아침 우리는 설레임과 걱정이
    교차하는 남다른 감회로 새로운 국가지도자를 맞는다.

    역년적 의미에서의 21세기 개막은 아직 몇년 더 남았지만 정치적으로
    우리의 새로운 1천년은 김대중 당선자가 제15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오늘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탄생이 갖는 정치사적 의미는 실로 심대하지 않을수 없다.

    길고 긴 인동의 세월 끝에 얻은 영광이라는 개인사적 의미는 제쳐두고라도
    반세기만에 선거에 의해 여야간에 정권이 교체된 것만으로도 오늘의 취임식은
    국민적 축복의 대제전이 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국가상황은 정의와 행복과 번영의 황금시대를
    의미하는 천년제, 이른바 밀레니엄(millennium)의 의미를 앞당겨 음미하는
    것을 허락지 않고 있다.

    새대통령이 물려받은 것은 파탄난 경제와 의기소침한 국민 뿐이다.

    "3전4기"의 신화를 일궈낸 70대 노대통령에게 우리 국민이 줄수있는
    취임선물이 월계관이 아닌 "가시관"임을 우리는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난파선의 조타수가 되어야 할 새대통령의 책무가
    가벼워질수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김대통령에게 거는 국민의 기대는 이제 희망 차원을 넘어 "명령"이라고
    함이 옳을 것이다.

    이 나라 이 국민이 빠져있는 수렁과 고통이 그만큼 깊고 절박하기
    때문이다.

    지난 두달 사이 새지도자가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은 국내외의 호평을
    받기에 크게 부족함이 없었다.

    대통령 선거 직후의 풍전등화와도 같았던 벼랑끝 외환위기를 자신의
    국제적 신망과 개혁의지를 십분 활용해 진화했는가 하면 누구나 어려울
    것으로 보았던 노.사.정 합의를 끈질긴 집념 하나로 성사시킴으로써 기업
    구조조정의 길을 터놓았다.

    이제 국민들은 "이르면 1년반, 늦어도 2년안에 IMF관리경제를 벗어나게
    하겠다"는 그의 약속을 그대로 믿어서가 아니라 앞장서 위기를 혀쳐나가는
    그의 성실한 자세를 인정하고 두터운 신뢰를 보내기에 이르렀다.

    국민이 지도자의 능력과 선의를 인정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는 것은
    국난극복의 대전제라는 점에서 새대통령은 이제야 비로소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고 할수 있다.

    정작 어려움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금융-외환 위기가 다소 진정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국가부도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며 기본적 여건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기업의 단기외채에 대한 만기연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그래서 "3월대란"설이 끈질기게 나도는 것도 이같은 어려운 여건을 반영한
    것이다.

    우리의 경제정책방향과 자구노력을 이해시키고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대통령이 앞장서는 경제외교역량의 총결집이 절실히 필요하다.

    발등의 불은 금융-외환 위기만이 아니다.

    자칫 마이너스성장으로 떨어질지 모를 경기침체, 기업의 연쇄부도와
    대량실업,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원자재난과 금융에 발목잡힌 수출
    등 어느 하나 급하지 않은 것이 없다.

    처음부터 혼선이 일고 있는 금융구조 조정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경제구조개혁의 구체적 일정 기준 방법 등이 새정부출범과 함께 보다
    분명하게, 보다 합리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국제금융기관과 외국투자자들의 신인도 제고를 위해서도 그렇고
    국내금융기관과 기업의 대응전략을 돕기 위해서도 그렇다.

    여소야대의 정국 구도아래서 공동정권의 한계를 극복하고 거대야당의
    협조를 얻어내는 일도 새대통령의 중요한 정치적 과제이다.

    새대통령의 개혁의지와 그가 동원할수 있는 정치적 수단간에 큰 격차가
    있음은 국회운영과정에서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거대야당의 존재가 국민의 이익이나 국가의 필요와는 반대방향으로만
    위력을 발휘하고 있음은 앞으로의 국정운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해준다고 하겠다.

    정부조직 개혁작업도 재경원의 개편에서 보듯 야당과 이해집단의 저항에
    부딪쳐 당초 취지와는 동떨어진 기형아를 탄생시킨채 유아무야 끝나고
    말았다.

    김대통령의 개혁작업이 기득권층과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새정권을
    규정짓는 "국민의 정부"와 "민주적 시장경제"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보다
    분명한 설명과 납득이 이뤄져야 한다.

    국민의 정부는 문민정부와는 또다른 개념으로 정치적 기반을 보다
    "아래쪽"에 두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정책이 바로
    김대통령이 강조하는 민주적 시장경제라고 이해된다.

    그러나 기득권층과 서민층을 함께 포용하는 민주적 시장경제라는 개념은
    역대정권이 모두 도달하지 못한 목표로, 새대통령의 경륜과 역량이
    이 목표를 어떻게 실현시킬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미지수라고 하겠다.

    우리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숱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불사조같은
    한 인물을 새대통령으로 맞았다.

    우리는 김대통령의 영광이 집권자체에 있는게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
    대한 헌신과 봉사에 있다고 본다.

    동시에 그의 일생을 일관해온 굳건한 의지와 신념이 오늘의 국난을
    극복하는 큰 힘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에게 있어 대통령 취임은 파란만장한 정치역정의 또다른 출발이자
    종착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출발인 이상 신선함으로 국민기대를 채워줘야 하며 종착인 이상 후회없는
    마무리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김대통령이 40년 정치역정에서 보여준 치밀성과 불굴의 응전정신이
    말과 약속이 아닌, 행동과 실천으로 녹아들어 정치적 실체로 결실되기를
    기대한다.

    이 아침에 우리가 준비한 선물이 월계관이 아닌 "가시관"이지만
    그 가시관에는 우리가 선택한 새지도자에 대한 국민의 열렬한 성원과
    굳건한 신뢰가 함께 묶여있음을 임기내내 잊지 않았으면 한다.

    오늘의 취임식이 좌절과 근심에 빠져있는 우리 국민의 저력을 결집시켜
    21세기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길 기원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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