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폭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라크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된데다 석유시장에 공급과잉 요인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23일 뉴욕시장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선물(4월인도물기준)은 배럴당
0.87달러(5.3%) 하락한 15.37달러로 마감됐다.

브렌트유선물은 런던시장에서 배럴당 0.85달러 떨어진 13.83달러에,
두바이유현물은 0.81달러 하락한 11.84달러에 각각 거래됐다.

전 유종이 지난 94년초 이래 4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유가가 이처럼 크게 하락한 것은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간의 무기사찰 합의안에 대해 공식적인
지지를 표명한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이날 석유시장의 거래자들은 대거 투매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올들어 이미 약 30%나 떨어진 유가의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커졌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석유시장조사기관인 피트롤리엄 파이넌스의 분석가 로저 다이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앞으로 합의안을 채택하면 유가는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사태의 해결외에도 석유시장에는 가격하락 요인이 풍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산유량이 현재 하루 2천8백50만배럴에
육박한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신규쿼터량(하루 2천7백50만배럴)보다 1백만배럴정도
많다.

신규쿼터량이 지난해에 비해 10% 정도 상향조정된 것임을 고려하면
회원국들이 올들어 생산량을 크게 늘리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유엔 안보리는 지난주 이라크의 석유수출물량을 6개월간
52억달러어치로 합의, 종전보다 2.5배나 늘려줬다.

비OPEC산유국들도 산유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반면 수요측면에서는 비수기인 봄철로 접어든데다 아시아경제위기 여파로
감소추세다.

미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분석가 마이클 로스만은 세계석유시장의 공급과잉
물량이 1.4분기중 하루 1백만배럴이며 2.4분기에는 하루 1백80만배럴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사우디아라비아의 파드 국왕은 이날 OPEC 회원국들에 쿼터준수
(실질 산유량 감축)를 강력 촉구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일부 회원국들이 감산을 거부하고 있어
실행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재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