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발전은 두단계로 나누어 볼수 있다.

초기단계는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가는 도약단계인데 이 단계는 대중적
실업상태의 사회이며 기본수요의 충족을 목표로 한다.

그 다음단계는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성숙단계인데 이 단계는 인력
부족상태의 사회이며 생활선진화가 목표이다.

한편 사회가 추구하는 욕구도 두가지로 집약해 볼수 있다.

민주화와 경제발전, 즉 자유와 빵이다.

국가경영의 핵심과제는 발전단계에 상응하며 이들 두가지 욕구를 어떻게
성취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발전초기의 도약단계에서는 이들 두가지 욕구를 동시에 추구하기 어렵다.

그래서 고도성장을 추구하는 후진국에서는 정치적 자유가 억압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발전후기의 성숙단계에서는 두가지의 병행적 추구가 사회발전의
본질적 내용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박정희정부는 자유를 억압하고 경제발전을
추구했으며 그 뒤의 전두환정부도 그러한 연장선상에 있었다.

그 다음의 노태우정부는 민주화의 물꼬를 텄으나 그 대신 경제가 희생
됐으며 김영삼정부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고 볼수 있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국가위기는 사회구조가 도약단계에서 성숙단계로
이행해야 하는 전환기적 진통현상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의 발전단계와 역사환경은 선진국을 지향하는 성숙
단계에 들어서 있는데 우리의 경제구조나 사회구조는 초기의 도약단계에
그대로 머물러 있기 때문에 생기는 적응위기 현상이다.

새정부의 역사적 사명은 국가개조의 전면개혁을 통해 선진적 국가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는 일이다.

정치발전과 경제발전은 병행돼야 하며 이런 점에서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 제일성은 역사를 꿰뚫어 본
혜안이라 하겠다.

경제구조와 사회구조는 성숙단계에 맞도록 바꿔야 하며 노후화된 경제발전
의 엔진도 새것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성장엔진은 초기도약시대의 것이다.

경제를 이끌어온 기관차는 재벌기업이었고 그 추진력은 부채였으며, 그
부채를 국내외에서 끌어다준 것은 정부였다.

그렇게 해서 만든 제품은 정부보호아래 수출로 판로를 찾았던 것이다.

그래서 정부주도성장을 했던 것이며 그러한 성장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것이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이었다.

이러한 성장엔진은 저임금과 보호주의라는 두가지 힘에 의해서 지탱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인력부족과 고임금시대에 들어서고 국제환경이 개방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성장엔진은 그 기능이 정지되어 버렸다.

이렇게 해서 오늘의 국가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이 위기는 어떻게든 극복될 것이다.

공황사태는 1년이면 될것이고 불황과 이로 인한 구조조정의 고통은 3년
정도면 해결될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 다음에는 우리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일류선진국으로 발돋움할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국가개조의 전면개혁이 없는한 우리나라는 성장률은 낮고 물가는 높고
살기는 어려운 "저성장 고물가 저생활국"이 될 것이다.

그렇게 보는 것은 현재의 위기가 단순한 경제적 불황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의 구조적 위기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 산업은 경쟁력을 잃고 있는데 앞으로 노임 금리 땅값 등 생산비를
경쟁국들보다 싸게 할수 있을 것인가.

둘째로 향후 삶의 질은 먹는 것이나 입는 것보다 교통 교육 주거공간 환경
등 생활공급재에 의해서 결정될 것인데 이것을 선진국보다 더 좋고 싸게
할수 있을 것인가.

셋째 국민생활을 합리화하고 국민의식을 현대화하고 정치문화를 선진화할수
있을 것인가.

새정부에 부하된 역사적 사명은 국가발전의 노후화한 후진적 엔진을 21세기
를 달릴수 있는 선진적 엔진으로 전면 대체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국가
개조의 전면개혁이 필요하다.

경쟁력을 되살리는 경제개혁, 교육 환경 의료 공간문제 등에 대한 사회개혁,
국민생활 합리화를 위한 생활개혁, 정치선진화를 위한 정치개혁, 그리고
국민의식개혁 등 5대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 중앙대 교수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