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은 24일 오후 청와대를 떠나 상도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44년간의 정치역정중 가장 영욕이 점철된 5년간의 대통령직을 마치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갔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무엇보다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다음 정부에
국정을 인계하게 되어 국민과 새 정부에 부담을 준 것이 안타깝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또 "거처를 옮긴다고 해도 임기가 마감되는 밤 12시까지
국군통수권자로서 소임을 다할 것"이라며 국가안보에 대한 마지막 책임을
다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김용태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 전원과 함께
동작동 국립묘지를 참배, 대통령으로서의 마지막 외부행사를 가졌다.

청와대로 돌아온 김 전 대통령은 김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들과 오찬을
하면서 석별의 정을 나눴다.

오후에는 은행법개정안과 초중등교육법시행령개정안, 공무원 직장협의회에
관한 법률안 등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3개법률안에 서명하는 것으로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권한을 행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청와대 본관 1층 세종실에 걸려있는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 옆에 자신의 초상화가 걸리는 것을 지켜봤다.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 전 대통령의 순으로
초상화가 걸렸다.

김 전 대통령의 초상화는 계명대 이원희 교수가 그렸다.

청와대에서의 마지막 행사인 "초상화 헌액식"을 마친 김 전 대통령은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5년간 기거했던 청와대를 떠나 상도동자택으로
향했다.

자동차는 대통령전용 리무진 대신 예비차인 벤츠승용차를 이용했다.

수석비서관들은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김 전 대통령의 사저 귀환을 수행
했다.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청와대생활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최완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