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지난해 외환위기 과정에서 외환보유고 관리 등 4가지 큰
정책적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세계은행은 최근 "한국 위기의 교훈"이라는 내부보고서를 통해 한국정부는
<>정부내 갈등 <>미숙한 위기관리 <>금융감독및 부실금융사 정리 실패
<>기업부문관리 잘못 등 4대분야에서 위기관리에 총체적으로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의 작성자는 지난해말 IBRD협상 팀장으로 내한했던 대니
라이프지거 박사.

라이프지거 박사는 이 보고서에서 한국정부는 재벌급 기업들의 연쇄부도와
취약한 금융산업, 아시아지역의 외환위기 등을 충분히 고려했다면 외환위기
가 올 것임을 어느정도 예측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예측을 토대로 외환보유고를 늘리고 단기채무의 상환일정을 조정
하는 등 대책을 세워야 했지만 아무런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특히 하반기들어 아주 민감한 시기에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은
은행감독을 누가 맡느냐는 문제를 두고 엉뚱한 대결을 벌이는 등 위기대응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한국정부는 또 대통령선거를 6개월 정도 앞둔 싯점부터는 부실은행 정리에
착수하지 못하는 등 구조개혁을 외면한데다 지난해 8월에는 금융기관 대외
채무를 지급보증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만을 조장
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해 11월초에는 분명한 외환위기의 징후가 나타났는데도 이를
부인한채 1주일이상 대응을 늦춰 외환보유고를 1백억달러나 쓸데 없이 낭비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금융감독을 제대로 하지못해 막대한 부실채권을 지닌 기업및
은행에 대해 아무런 시정조치가 없었고 종금사의 무분별한 동남아시아
투자를 규제하지 않는 우도 범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기업간 상호보증과 과도한 부채비율을 개선하지 못한채 공연히
부도방지협약을 제정, 기업퇴출 제도를 더욱 애매하게 만들었으며 과잉생산
우려에도 불구, 삼성그룹의 자동차산업 진출을 규제하지 않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최승욱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