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신탁통치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는 길은 수출 뿐이다.

돈을 벌어 빚을 갚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5년간 해마다 평균 1백50억달러의 외채이자를 갚아
나가야 한다.

다행히 외환공급요소인 경상수지가 크게 호전되고 있다.

지난 1월 경상수지는 30억3천만달러의 흑자를 기록, 지난해 11월
(5억5천만달러)과 12월(36억4천만달러)에 이어 3개월 연속 흑자를 냈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인 것은 무역외수지의 개선영향도 있지만 무역수지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11월부터 매달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통상산업부는 당초 20억달러로 잡았던 올해 무역수지 흑자규모를
1백억달러로 수정 전망했다.

문제는 무역수지 내용이 탐탁지 못하다는데 있다.

수출이 알차게 늘어나기 보다는 환율급등으로 수입이 비정상적으로 줄어
들어 무역흑자를 내고 있어서다.

지난해 12월의 수입감소율은 오일쇼크때인 지난 75년7월이후 최대를 기록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경기침체로 자본재 수입이 급격히 줄어 기업들의 설비투자마저
감소하는 상황이다.

설비투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건실한 수출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
이다.

장기적인 설비투자 부진도 문제지만 원자재부족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없기 때문에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원자재수입이
필수적이다.

1백원어치를 수출하려면 30원어치 정도의 재료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무역구조를 갖고 있다.

금융시스템 마비로 촉발된 원자재부족 상황이 계속되면 산업활동과 수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부 원자재는 거의 1주일치를 놓고 아슬아슬하게 물건을 만드는 실정이다.

이와함께 원화절하폭 만큼의 수출증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과거의 예로 볼때 환율이 10% 오르면 수출은 5.6% 늘어나고 수입은 1.5%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환율이 2배 가까이 뛰어도 수출증가율은 절하폭에
비해 게걸음이다.

통상 6개월정도의 시차를 두고 수출증가 효과가 난다고 분석되고 있지만
초기의 효과를 놓고 보아도 환율절하의 덕을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은행등 금융기관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수출신용장 개설
등을 기피,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원자재수급난도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여기에다 수출만이 살길이라고 마구 밀어냈다가는 상대국들이 가만히 있질
않을 것이다.

미국 유럽연합 등은 이미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상품인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의 분야에 견제를 보내고 있다.

우리 수출상품의 덤핑여부를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처지에 빠져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여건이 좋지 않아도 수출로 헤쳐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되풀이 되는 얘기지만 기업은 <>구조조정 가속화 <>투명성 확보 <>고부가
가치 신상품 및 브랜드 디자인개발 <>수출선 다변화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12년만에 부활되는 대통령주재 수출대책회의(무역.투자촉진전략회의)도
모습을 달리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과거처럼 정부가 수출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독려만 할 것이 아니라 수출
기업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찾아 지원하는 변화가 시급하다.

무엇보다 대통령부터가 경제외교의 첨병이자 세일즈맨으로 뛰어 주어야
한다는게 업계의 이구동성이다.

<김호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