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이 영욕으로 점철된 문민정부 5년을 뒤로 하고 24일
퇴임해 평범한 시민으로 되돌아갔다.

부인 손명순 여사와 함께 서울 동작구 상도1동 자택에 도착한
김 전 대통령은 5년전청와대로 떠날 때와는 사뭇 다른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날 오후 5시28분께 사저에서 2백여m 가량 떨어진 놀이터에서 하차한
김 전 대통령 부부는 몰려든 주민들에게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며 악수를
청했다.

김 전 대통령 부부는 그러나 별도의 연설없이 멀리서 박수치는
5백~6백여명의 주민들을 위해 손을 들어보인 뒤 사저로 통하는 골목길에
길게 늘어선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면서 걸음을 옮겼다.

또 서석재 의원 등 미리 기다리고 있던 30여명의 여야의원 및 정관계
인사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사저 앞에서는 김 전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을 "꼬마동지 대장동지"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냈던 이규희(28.여)씨등이 "반갑습니다"라며 꽃다발을
건넸고 김 전 대통령 부부는 이에 대해 "고맙습니다"라고 화답했다.

한편 이들의 귀가를 지켜본 대부분의 주민들의 표정은 5년전 꾕과리를
치는등 잔치분위기에서 청와대로 떠나보낼 때와는 달리 흐린 날씨 만큼이나
착잡했다.

전날밤 동네 어귀 등에 "수고하셨습니다"는 내용으로 환영 플래카드를
내걸었던 이들은 이날 오후부터 사저 주변에 모여들어 돌아오는 이웃을 맞을
준비를 했다.

서울 동작구 새마을부녀회 회원들도 이날 오후부터 "무거운 짐 벗어
내려놓고잘 돌아오셨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주민과 주변 경비를 맡은
경찰 등 1백50여명에게 차를 대접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창문을 통해 "이웃의 귀가"를
무관심한 듯 내다봤고 일부는 떠들썩한 바깥 분위기에는 아랑곳 없이 자기
일 보기에 바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홍모씨(54.여)는 "환영식에 온 주민들은 대부분 민주조기회 소속이거나
정치권에서 동원한 사람들"이라며 "정말 기꺼운 마음으로 이들을 환영하는
주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근처 신동아아파트에 사는 이모씨(38)도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냥 구경
나왔을 뿐"이라며 짧게 답했다.

<조주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