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행된 미국의 시사주간지에 의하면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를
내포하는 "세계화 혐오증(Globaphobia)"이라는 신조어가 워싱턴 정가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막대한 무역적자로 인해 누적 채무가 무료 1조 달러에 이르게
되었다.

이중 일본이 가장 많이 벌어갔고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도 달러
벌이를 했다.

그러다 수년전부터 중국이 더욱 싼 노동력을 무기로 무역 흑자를 독차지
함으로서 한국과 동남아국가들의 무역적자가 심화되었다.

각국은 이 무역적자를 해외에서 차입해 지탱해 왔다.

그러나 그 차입규모가 GDP(국내총생산) 성장을 앞질렀고 이것을 알아차린
국제 단기성 이동자금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서 동남아와 한국의 외환
위기가 표면화된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동남아에서 싸게 물건을 사들여서 인플레가 없는 경제를
유지했던데다가 다시 환율이 50%씩 절하됨으로써 더욱 싸게 물건을 살 수
있게 되었는데 왜 "세계화 혐오증"이라는 말이 워싱턴 정가의 화두가 되고
있는 걸까?

여태까지는 달러가 세계 유일의 지불준비통화여서 1조 달러의 대외채무가
있더라도 미국은 외환위기를 겪을 일이 없었다.

그런데 오는 99년 1월1일부터는 유럽의 단일통화인 유러(Euro)화가
통용된다.

그렇게 되면 세계 각국이 지불준비통화로 반드시 달러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고, 거래규모에 따라 달러와 유러를 비례적으로 보유하면 된다.

더욱이 유러화를 공통으로 사용하게 될 유로가맹국가들의 경우는 이제
역내거래에서 대해서는 별도의 달러 지불준비금이 필요없게 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 최대 채무국인 미국의 정가에서 "세계화 혐오증"
이라는 신조어가 화두가 된 것을 이해할 것같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