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15대 대통령의 취임 첫날 일정은 25일 오전8시 일산 자택 앞에서
열린 주민환송회에 참석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김대통령과 같은 지역에 사는 일산4동 3통 주민들이 5년 임기동안 국정을
잘 이끌고 현안인 IMF체제를 조기에 극복해 달라는 뜻에서 마련한 환송회는
특이한 행사 없이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

이날 주민환송회에는 김대통령 자택 인근 주민들이 오전6시부터 몰려들기
시작, 행사시작 직전에는 인접 정발산 산책 주민과 열성지지자까지 가세
하면서 6백여명으로 크게 불어나 자택주변을 가득 메웠다.

<>.자택부근에는 "선정을 부탁합니다"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등의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내걸려 분위기를 돋웠다.

오전8시께 김대통령 내외가 자택 문앞에 나타나자 몰려있던 주민들이
일제히 "화이팅" "만세" 등을 연호, 축하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김대통령 내외는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피정운(7)군과 김예원(6)양 등 화동
2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은뒤 손을 들어 주민들에게 답례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최선을 다하겠다"
"국민들이 저를 믿고 많이 도와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대통령은 대통령취임식 참석에 앞서 시내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았다.

김대통령과 영부인 이희호여사는 이날 오전 8시35분께 김중권 대통령
비서실장, 박지원 공보수석 등 7-8명의 청와대 비서진들과 함께 국립묘지에
도착했다.

김대통령이 현충문앞에 도착하자 미리나와 있던 김동진 국방장관이
김대통령 일행을 정중히 맞았다.

짙은 감색 코트차림의 김대통령이 참배를 위해 현충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자 옆에 서 있던 도열병들은 일제히 "받들어 총"자세로 예를 갖췄으며,
김대통령은 거수경례로 인사했다.

김대통령은 국화로 장식된 조화를 현충탑에 헌정한뒤 "호국영령에 대한
경례"에 이어 약 1분간 묵념했다.

이어 김대통령은 현충문앞에 마련된 방명록에 "대통령 김대중"이라고
적은뒤 오전 8시40분께 청와대로 향했다.

<>.국립묘지 참배를 마친 김대통령은 오전 8시55분께 제15대 대통령으로서
앞으로 5년간 생활하게 될 청와대에 도착했다.

김대통령은 청와대 경내의 길 양옆에 서 있던 청와대 직원들의 박수와
환영을 받으며 청와대 본관앞에 도착, 강봉균 청와대정책기획수석의 영접과
함께 여직원 2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

김대통령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바로 본관 2층 집무실로 이동, 집무실
책상에 앉은뒤 기자들이 "대통령이 된 첫 소감이 무엇이냐"고 묻자 "담담한
가운데 감개무량하기도 하다"고 운을 뗐다.

김대통령은 "나라 일이 좀 더 순조로울 때 취임했더라면 국민과 같이
기쁨을 나눌 수 있었을 텐데 어려운 고비에 취임하게 되니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대통령은 이어 "방송에서 경제를 살려달라, 물가를 잡아달라, 실업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하는 국민의 바람을 들었는데, 모두 절실한 문제들"이라며
"그러나 금년 1년은 고생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국민에게 어떻게 희망과 안도감을 주면서 끌고 갈 것인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그러나 지난 2개월간의 경험을 살려보면 나라
일과 경제를 어떻게 새로이 국내외에 자리매김하고 내년 중반이후부터
국민이 한 시름을 놓도록 만들까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이 섰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앞으로 국민과 함께 노력하여 물가안정, 외채상환, 실업문제
해결, 수출증대 등 경제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김대통령은 기자들이 "어제 밤에는 잘 주무셨느냐"고 묻자 "잘 잤다"
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오전 9시20분께 집무실옆 접견실로 자리를 옮겨 부인 이여사와
함께 국가원수와 부인에게 주는 "무궁화대훈장"을 심우영 총무처장관으로
부터 받았다.

심장관은 김대통령 부부에게 훈장을 증정한 뒤 "무궁화대훈장은 상훈법
10조에 따라 대통령과 대통령의 배우자에게 수여하는 우리나라 국가 최고
훈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김중권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이 배석했다.

김대통령은 집무실로 돌아와 김실장과 박지원 공보수석이 배석한 가운데
김종필 총리, 한승헌 감사원장 지명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재가하는 것으로
대통령의 첫 권한을 행사했다.

김대통령은 심장관이 갖고 온 서류에 바로 서명하지 않고 꼼꼼하게 검토한
뒤 대통령 서명란에 한글로 "김대중"이라고 서명했다.

김대통령은 집무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전 9시45분 부인 이여사와
함께 취임식장인 국회의사당으로 출발했다.

< 최완수/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