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극장사업이 조정된다.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극장 건설에 앞다퉈 뛰어들었던 대기업들이
IMF한파로 인해 당장 시행해야 하는 것외에는 대부분 유보내지 연기하고
있다.

극장사업은 영상산업에 진출한 대기업들이 소프트웨어(작품)제작과 함께
영상산업의 양대 기둥으로 보고 의욕을 보인 분야.

97년 9월 대기업들이 내놓은 극장설립 계획은 영상산업에 대한 열의를
보여주고도 남았다.

2000년까지 대우는 전국에 1백여곳의 극장, 제일제당은 전국 15개 도시에
총1백50개 스크린, 삼성(영상사업단)은 대구 광주 수원 등 지방도시에
8~20개관 규모의 대형극장, 현대(금강기획)는 서울 목동에 10개 스크린을
갖춘 복합단지를 건설한다는 것 등이었다.

그러나 IMF한파를 맞아 이 밑그림은 상당히 흐려졌다.

당면과제는 어쩔수 없지만 장기사업은 기약이 없는 상태.

대우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센터 복합극장만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을 뿐 지방의 극장건설 계획은 전혀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제일제당도 서울 구의동의 "CGV강변 11"(홍콩 "골든하베스트" 호주
"빌리지로드쇼"와 합작)만 예정대로 4월4일 개관할 뿐 분당을 비롯한 타지역
극장의 개관시기는 잡지 못하고 있다.

삼성 또한 금년중 분당에 짓기로 한 총2천5백석 규모의 극장외에 다른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극장사업이 이처럼 조정되게 된 것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자금부족및
수입자재가 인상.

백화점 할인점 등을 지으면서 극장을 끼워넣는 전략을 구사해온 기업의
경우 "독자적인 건설이 아니라 유통업체에 편승하는 것이어서 자금부담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고 말하지만 유통업체 건설 자체가 주춤해진 마당에
그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물론 대기업이 극장업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영상산업에 진출한 대기업 대다수가 "직배사들이 소프트웨어(영화)를
가지고 국내의 하드웨어(극장)까지 장악하는 바람에 목좋은 상영관을
뺏기는 설움"을 톡톡히 겪어왔기 때문.

대형관 신축에서는 한발 물러났지만 기존 극장사업은 활발히 진행중인
것이 이를 입증한다.

삼성과 현대가 지난해말 각각 "씨넥스"와 "씨네 플러스"를 신축했고,
삼성은 서울극장(2개관)과 대전 아카데미극장, 대우는 서울 대한극장
씨네하우스본관(4개관) 스카라극장및 부산 부영극장, 현대는 명보극장 전체
(5개관)를 임대운영중이다.

국내기업이 극장사업을 어쩔수 없이 조정하는 가운데 외국 극장체인의
국내진출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주목할만한 사항.

한 관계자는 "호주 그레이트 유니언과 미국 AMC 등 외국 거대극장체인이
국내시장을 조사하고 대기업에 합작건설 제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