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이 어제 종합금융사에 대한 2차 경영평가결과를 발표했지만
단기금융시장의 정리작업이 매끄럽게 진행되는 것같지는 않다.

추가로 한솔 대구 두 종금사를 인가취소하고, 대한 나라 삼양 3개 종금사에
대해서는 오는 3월말까지 유예기간을 주고 증자 합병 등 자구노력의
진전상황을 봐서 최종 인가취소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다는 것이 재경원의
발표내용이다.

우리는 이미 IMF사태가 터진 지난 12월초 부실종금사 조기정리및 객관적인
정리대상 선정지침 공개, 그리고 단기유동성부족 해소대책 등을 강조한바
있다.

이왕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충격을 우려한 나머지 시간을 끌거나
관련정보 공개를 꺼리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러나 걱정했던 대로 재경원의 종금사정리작업은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선 재경원은 부실종금사 정리를 한번에 끝내달라는 여론과는 정반대로
폐쇄되는 종금사선정을 두차례로 나눠 발표했고, 중간중간에 업무정지
폐쇄유예 등의 조치를 병행했다.

이같은 처리지연이 실무적으로 불가피한 것인지, 아니면 정리대상인
종금사들의 구명운동 때문인지는 알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때문에 단기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불필요한
잡음과 오해가 없지않았다는 점이다.

반면 기업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현실적으로 시급한 문제에는 별로
신경을 쓰는 것같지 않다.

갑자기 종금사를 폐쇄해 한동안 콜거래가 마비됐고 가교종금사에 이관된
기업어음(CP)의 만기연장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폐쇄 종금사의 선정기준에도 불투명한 구석이 적지 않다.

재경원은 경영정상화평가위가 자본적정성및 유동성, 사업계획타당성,
법규준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판정했다고 해명하지만 업계에는
형평성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어차피 부실채권이나 보유자산의 평가에는 불만이나 이견이 없을 수
없겠지만 최소한 일관성은 유지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불만이다.

이번 재경원의 발표도 경영정상화평가위원회의 처음 평가와는 상당히
달라졌다는 지적조차 나오고 있다.

이번에 폐쇄유예된 3개 종금사들은 폐쇄되는 종금사들과 어떤 차이가
있으며, 한달동안의 유예기간 동안에 경영상태가 과연 얼마나 달라질수
있는지 의문이다.

업무정지나 폐쇄유예된 종금사들이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고금리상품을
남발하고 콜자금을 마구 끌어가 시장질서만 어지럽히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현상이 심각하다는 업계의 지적을 관계당국은 귀담아 들어야
하겠다.

관계당국은 남은 15개 종금사에 대해서도 국제결제은행(BIS)의 요구대로
자기자본비율이 오는 3월말까지 4%, 6월말까지 6%, 내년 6월말까지 8%가
되는지 점검하겠다고 하지만 지금이라도 합병 등 대형화를 통해 투자은행으로
전환시키거나, CP할인업무로 특화하는 등 종금업계의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것이 옳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