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에 가보지 않은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보탑이나 석가탑앞에서 찍은 기념사진 한두장은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국사가 오래됐다는 사실 이외에 어떤 의미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학창시절부터 단체여행을 통해 많은 유적지를 다니곤 했지만
제대로 된 설명없이 어떻게 바라보고,문화유산이 우리에게 얘기하는 바를
알아듣는 방법을 알지 못한채 그저 겉모습만 스쳐보고 지낸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들이 신한은행 문화유적답사회가 30여명의 멤버로 출범하게 된
동기가 됐다.

직장인이란 제약때문에 답사를 자주 갈 수는 없지만 가기 전에 문헌 등을
통한 충분한 사전조사와 답사현장에 전문가를 초빙하여 자세한 설명을
들음으로써 우리가 그동안 간과했던 유적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행은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마음 설레고 즐거운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의 소풍을 생각하면 그 설렘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거기에다 역사와 문화 등을 통하여 민족의 뿌리를 알고 배운다면 더욱
소망스러울 것이다.

우리 모임은 답사가 끝나면 자신의 느낌을 간단하게 발표하는 시간을
반드시 갖는다.

지난해 11월에는 세종대 최기영 교수를 모시고 "강화도"를 답사했다.

지금까지 여러번 갔었던 강화도지만 몽골의 외침을 피하기 위한 고려궁터,
구한말 서구열강들의 침입에 대항했던 방어진지 등 우리나라 외침과 수난의
역사현장에서 교수님으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은 우리회원들의 마음이
숙연해짐은 우리가 처한 IMF의 현실과도 무관치 않으리라.

금 모으기, 국산품 애용하기 등을 통하여 위기에 처한 우리의 경제를
살리자는 정신적 단결을 도모하고 있는 요즘 상황을 보며 우리의 모임도
위대한 한국인의 혼을 찾는데 다소나마 도움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