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를 앞둔 상장회사들이 경영체제개편에 나섰다.

신정부의 개혁요구와 주주들의 경영간섭으로 대주주 중심의 경영관행을
지속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이사회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고 주주경시경영에서 주주중시경영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상장회사들은 사외이사제 도입을 계기로 이사회의 구성과 역할을 바꾸는데
대해 고심하고 있다.

주주총회 개최일자를 3월말로 늦춰잡은 S전자는 이사수를 대폭 줄인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사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주요사안을 의결하기에는 1백50여명의
이사가 너무 많다는 판단이다.

또 해외에 근무하는 이사는 이사회 참석이 쉽지 않아 가능한한 제외한다는
입장이다.

H자동차는 2월말로 예정했던 주주총회일정을 3월말로 연기했다.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이사회 정례화방안을 만들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12월 결산 상장회사들은 주총시한인 3월말까지 사외이사에 적합한 인물을
찾아야 한다.

개정된 증권거래법에 따라 올해안으로 한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내년에는 이사회의 25%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

7백76개 상장회사의 이사수는 평균 9.3명이다.

내년에는 2천명에 가까운 사외이사가 선임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회사마다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회사운영에 원만하게
협조해 줄 적임자를 찾고 있으나 쉽지 않다는게 담당자들의 얘기다.

상장회사들은 외국인과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주주총회 진행
방식도 주주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명목상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였던 주주총회를 실질적인 기구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18일 열린 장기신용은행 주주총회에선 은행측이 제시한 안건을
주주들이 부결시켜 주총을 앞둔 상장회사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스톡옵션제는 거부됐고 신주인수권 제3자배정규모도 당초 은행측의 의도
와는 달리 축소됐다.

주주총회에 더욱 적극적인 외국인들의 움직임도 주총 담당자들에겐 큰
부담이다.

타이거펀드를 비롯한 외국투자자들은 SK텔레콤에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해외투자시 주주의 사전동의를 받으라는 요구였다.

SK측은 일단 거부의사를 밝히고 협상에 나섰으나 부분적으로는 외국인의
입장을 들어줄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를 중심으로한 소액주주들은 제일은행과 SK텔레콤
삼성전자의 주주총회에 참여키로 했다.

제일은행에는 감자의 적법성과 주주명부폐쇄시점의 문제점 등을 집중
거론한 질문서를 제출했다.

"국내에서도 주주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갖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주행동
주의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김승연
변호사)는 지적이다.

상장회사협의회 정준영 상무는 "회사관련법규의 개정과 행동하는 주주의
등장으로 기업지배구조가 달라지고 있다"며 "주주총회와 이사회 감사의
책임과 역할이 커지는 3권분립체제로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현승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