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모두 끝나는 은행 결산주주총회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부실덩어리인 은행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우리 경제의 앞날이 결코
밝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산시점인 작년말 자본금보다 결손이 2배나 되는 제일은행을 비롯 오래된
시중은행들은 모두 하나같이 거액의 결손을 기록했다.

16개 전국규모 일반은행중 배당을 한 은행은 4개에 그쳤다.

만약 유가증권평가손을 국제기준대로 1백% 적립토록 했다면 그 숫자는
더욱 줄어들었을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8%)에 미달되는 등으로 국내은행에서
발급한 신용장이나 지급보증서를 받지 못하겠다고 나서는 사례가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은 이제 더이상 덮어둘 일이 아니다.

은행이 이모양 이꼴이 된데는 누구보다도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금융관치로 부실대출이 양산돼 결국 은행이 속빈 강정이 되고 말았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제일은행과 서울은행뿐 아니라 다른 전국규모 시중
은행에 대해서도 정부출자 또는 후순위채권매입 등을 통한 지원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또 자율적인 은행경영이 가능하도록 "주인이 있는 은행"이 돼야 한다는
점도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해왔다.

기본적으로 은행장인사가 주주들의 자율에 따라 이뤄지지 못하는 한
금융에 대한 관의 지배는 지속될 수 밖에 없다.

바로 그런 점에서도 지배주주가 나올 수 있도록 은행주소유제한을 실제로
완화하는 등의 제도적인 개선이 긴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오늘의 은행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무엇보다 선행돼야할 것이 은행
스스로의 거듭나려는 노력이다.

은행부실이 급격히 확대된 원인을 경기급랭에 따른 부도속출의 필연적
결과라고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려 들어서는 안된다.

작년만 하더라도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들은 모두 하나같이 큰폭의
순익증가를 기록했다.

책임의식을 갖고 은행이 제구실을 했다면, 팔리지도 않을 부동산담보나
실효성도 없는 계열회사간 지급보증서를 챙기기에 앞서 사업성검토를 제대로
하고 대출을 해줬다면, 전문인력양성에 신경을 써 주식이나 파생금융상품
거래에서 손실을 덜 봤더라면, 오늘의 은행상황은 물론 경제 사회적인
갈등과 어려움도 이렇게 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은행과 은행원들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

은행마다 예외없이 단행한 명예퇴직조치 등이 있었지만, 사회에서 요구하는
정도를 충족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좀 더 군살을 빼야할 것은 물론이고, 효율과 능력지상의 경영과 인사가
이루어지도록 은행내부 관행과 의식을 개선해야 한다.

은행통폐합에 대한 거부감도 버려야 한다.

은행 스스로 체질강화를 이루지 못하면 타율에 의한 금융산업개편은
불가피할 것이다.

거듭 은행과 은행원들의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촉구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