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봄.

봄의 전령인 개나리 진달래도 내달초면 남쪽에서부터 꽃망울을 터뜨릴
것이라는게 기상청의 예보다.

그러나 마음속엔 이미 화신이 와 있는 듯 하다.

봄꽃은 모두 아름답지만 은은한 향기를 자랑하는 매화는 특히 독특한
운치가 있다.

또 진달래 벚꽃 등의 봄꽃 명소는 전국에 수도 없이 많지만 격조높은
매화명소는 흔치 않다.

매화천국이라 불리는 전남 섬진강변 섬진마을과 해남 보해매실농원을
안내한다.

<>섬진마을 =섬진강가에는 꽃으로 사람의 넋을 앗아가는 명소가 두군데
있다.

한곳은 잘 알려진 쌍계사 십리벚꽃길이고 또 한 곳은 매화꽃 피는
섬진마을이다.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섬진마을"이라 불리는 도사리일대는 매년 3월 중순경이면 하얀 매화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

흡사 때 늦은 눈속에 파묻힌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이 마을의 재배면적은 해마다 늘어나 이제는 꽃 하나만으로도 훌륭한
볼거리가 됐다.

온 동네를 하얗게 물들인 매화는 인근 야산과 강변까지 펼쳐져 있어 가히
꽃나라를 이룬다.

지난 1930년부터 한 그루 두 그루 심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12만여여평이나
되는 매화단지를 조성하게 된 것이다.

섬진마을 일명 삼박재 골짜기를 뒤덮은 매화군락은 얼른 보면 마치 벚꽃이
가득 핀 것처럼 보인다.

꽃송이의 크기며 나무마다 구름처럼 안겨 있는 꽃송이 형태, 그리고 꽃이
질 때의 눈송이 내리듯 하는 모습까지 벚꽃을 닮았다.

하지만 매화를 벚꽃에 비길 순 없다.

매화에는 청매와 홍매가 따로 있다.

청매나무엔 푸른 빛이, 홍매나무엔 연분홍빛이 돌아 꽃이 피기 전 봉우리가
맺힌 모습부터가 격조가 있다.

섬진마을 매화는 산 중턱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가 제일이다.

강가에 가까운 도로에서나 강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경관도 멋있지만
제대로 "무릉매화경"에 젖어보려면 조금 힘이 들더라로 산 중턱으로
올라가야 한다.

섬진강변 도로(구례-광양간 861번지방도)를 따라 2.5km나 되는 매화꽃길도
조성돼 섬진마을은 어느새 국내최고의 매화명소로 떠올랐다.

매화가 만개할때면 매화축제가 열린다.

매화축제기간중에 매화마을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은 건강에 좋은 각종
매실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수 있다.

매실주를 비롯하여 매실김치 매실식초 매실차 매실마늘장아찌 등 다양한
가공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섬진마을에서 가장 많은 매실나무를 가지고 있는 곳은 청매실농원
((0667)772-4066)이다.

섬진마을을 가려면 대중교통편으론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서울역에서 밤11시35분에 출발하는 진주행 밤열차를 타면 다음날
오전6시22분에 하동역에 도착한다.

하동역에서 섬진마을까지는 택시를 타거나 하루 10회 운행하는 시외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해남보해매실농원=해남읍에서 18번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가면 진도나
목포로 갈 수 있다.

그 중간에 마산면 상동리에 이르면 오른쪽으로 산이면과 이어지는 806번
지방도로가 나타난다.

이 길을 따라 예정리까지가면 보해매실농원이 기다리고 있다.

이 곳은 보해양조가 지난 79년 조성한 농원으로 13여평의 부지에 현재
6년생 매화나무 1만3천주가 자라고 있다.

매화꽃이 눈처럼 피어난 과수원길을 이곳저곳 걸어 다니다 보면 신선이
된듯한 기분이 든다.

보해농원은 야트막한 구릉지에 자리하고있는 것이 섬진마을과 다른 점이다.

야산 정상에 서면 양쪽으로 금호호와 영암호가 내려다 보인다.

하얗게 핀 매화뒤로 푸른호수물결이 일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문의 해남보해매실농원 (0634)32-4959

< 노웅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