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공업화단계에서 경제개발이 정부주도로 이끌어지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특히 성숙단계에 들어서면 이러한 정부역할은
불피요하게 되고 이에 상운하여 정부기능은 축소돼야 한다.

정부가 하는 일은 흔히 네가지로 나눈다.

경제활동을 기획하고 결정하는 기업가기능, 민간의 경제행위에 간섭하는
규제자기능, 룰을 정하고 이것을 지키도록 하는 심판자기능, 교육이나 복지
등을 제공하는 공급자기능이다.

경제가 발전하면 정부역할은 기업가기능과 규제자기능을 줄이고 심판자
기능과 공급자기능을 늘려가야 한다.

더구나 오늘과 같은 무한경쟁시대에 국가경쟁력을 확보하자면 정부는 시장
경쟁을 가로막는 규제와 차별을 제거해야 하며 정부 스스로 분권화 전문화
합리화를 실천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이러한 적응을 거부해 왔으며 이 때문에 그동안
경제발전을 잘 주도해 왔던 정부가 오늘에는 개인 기업 정부 등 세부문
가운데 가장 경제적이고 비효율적인 부문이 되어 전면적인 개혁이 촉구되고
있다.

첫째로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조정해야 한다.

직접생산부문(시장부문)은 규제와 차별을 과감하게 혁파하고 그 대신 교육
환경 교통 국토와 주거공간 등 공공재부문에 대한 공급자기능을 대폭 확대
해야 한다.

현재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은 되도록 많은 부분을 지방에 이양하고 민영화
하거나 공사화하도록 하여 정부의 몸집을 대폭 줄여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정부규제가 필요할 경우 그 규제수단도 합리화해야 한다.

예컨대 전세값이 오른다고 복덕방을 다그친다던가 물가를 다스린다고
국세청이 업소에 세무조사를 하는 식의 대중요법적인 직접규제는 해서
안된다.

둘째로 행정기구와 조직의 전면개편이 필요하다.

이번에 중앙부처에 대한 개편을 단행했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며 조직
감량의 실효성도 별로 크지 않다.

중앙부처보다는 부처내의 실 국 과 계 등 하부조직의 축소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보다 더욱 시급한 것은 지방행정의 조직개편이다.

또 정부투자기관등 산하단체의 축소 통폐합개편도 화급한 현안이다.

특히 그 규모가 방대한 산하단체와 그 자회사들은 주인이 없는 낭비적인
경영관리를 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정부조직과 인원은 중앙부처의 경우만 하더라도 당장 약 30%는 줄일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직사회의 경직성과 부처이기주의의 저항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특단의 개혁의지로 밀어 붙여야만 실효가 있을 것이다.

그러고 이러한 정부조직 개편은 이번 한번에 그치지 말고 정례화하고 이를
위해 모든 정부조직에 대해서 매 2년마다 직무분석을 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로 예산과 조세를 개혁해야 한다.

세출면에서는 제로베이스의 예산편성을 시도할 필요가 있으며 사업비책정에
정치성을 배제해야 한다.

약 1백개에 이르는 특별회계와 기금 그리고 예산규모가 중앙정부의 두배나
되는 산하기관은 통폐합으로 대폭적인 예산절감을 해야 한다.

세제면에서는 사회개발을 위해 담세율을 25%선까지는 올려야 하며 의료보험
은 이를 통합하여 소득과 재산에 대한 국세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동산 보유과세의 인상, 각종 부가세의 본세통합, 변칙적인 상속증여에
대한 대응책등이 필요하다.

넷째로 정부산하단체에 대한 인사를 자율화해야 한다.

현재 정부에는 3백여개의 산하기관이 있는데 그 요직은 모두 주무부처의
퇴직공무원들이 돌아가면서 독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완전 차단하고 산하단체의 모든 인사에 자율권을 주고 내부승진토록
하여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동통신이나 방송사업과 같은 국책사업자의 선정문제로 비리와
부패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를 근본적으로 시정하기 위해 가칭 "국책
사업자 선정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그 사업을 잘 수행할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업체를 5배수 정도로 일차
선정하고 그 다음에는 이들에게 사업권을 놓고 입찰에 붙여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뉴질랜드 등에서 실시 중이며 그 수입은 일반회계 수입으로
돌리면 된다.

< 중앙대 교수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