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위기를 극복하기위한 방안으로 "아시아판 브래디채권" 발행
방안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물밑에서 검토되던 이 아이디어는 지난 1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계 지도자회의에서 처음으로 공식 제기
됐다.

18개회원국 재계지도자들이 3일간의 회의를 마치고 "경제위기로 고통받는
아시아국가들이 주변의 안정된 국가로부터 지급보증받는 채권발행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성명을 채택한 것.

APEC실무관계자는 "이같은 제안은 가까운 시일내 관련국 정부와 신용평가
기관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에 공식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동아시아국가를 돌며 각국 재무장관들과 이 문제를 협의해온 제프리
렌손 쿠 대만 중국신탁상업은행회장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정부 등이 이같은 계획에 대해 "매우 강한 지지"를 표명해왔다"고 말했다.

현재 아시아권에서 채무보증이 가능한 "여유있는 나라"는 대만정도.

ADB는 물론 일본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도 "가능한 나라"군에 속한다는게
실무진의 판단이지만 현실성은 크지 않다.

대만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쿠회장은 "채무보증은 자금을 직접 지원하는
게 아니라 경제위기가 끝날 때까지 "신용"을 빌려주는 것이어서 큰 부담이
되지않는다"며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APEC의 제안이 성공하려면 넘어야할 과제가 하나있다.

바로 중국의 견제.

아시아위기를 계기로 대만의 위상이 높아지는데 대한 중국의 우려다.

왕리리 중국은행 신용관리담당임원은 "ADB와 어느 한 정부당국이 공동으로
채무보증하는 것은 국제자본시장안정을 위한 ADB의 노력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며 간접적인 반대의사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판 브래디채권"의 발행여부는 결국 위기의 동아시아를 사이에 놓고
벌어지는 중국과 대만의 감정싸움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육동인 기자>

[[ 브래디채권이란 ]]

80년대초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국가들이 외채상환불능에
빠졌을 때 중앙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진 빚을 모두 모아 "장기저리" 국채
형태로 발행한 채권.

상환기간을 25~30년정도 늘려주고 이자율도 낮춰 남미국가들을 회생시키고
빌려준 돈도 어느정도 거둬들이자는 의도에서 채권국과의 협의하에 발행됐다.

원금을 미국이 보장한 것이 특징이다.

브래디란 이름은 이 채권을 고안한 미국 재무장관 니콜라스 브래디에서
따왔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