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무역흑자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겉과는 딴판이다.

속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수출이 견실하게 늘기 보다는 수입이 비정상적으로 줄어들면서 생기는
무역흑자이기 때문이다.

또 원자재를 외국에서 들여와 만든 제품으로 수출을 해야 하는 우리의
무역구조를 감안할때 원자재 등의 수입감소는 향후 수출증가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올들어 수출이 늘어난 것은 금모으기 운동으로 수집된 금수출 덕택이다.

지난 1월 수출액에서 금수출을 빼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수출은
5~6%가량 줄었다.

2월에도 금수출(10억5천만달러)과 이틀 많은 수출일수를 빼면 실제 수출
증가율은 5.4%에 불과하다.

금모으기운동이 끝나면 실제보다 과장된 수출의 거품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수입은 수직으로 급강하하고 있다.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1월중 수입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40% 줄어든데 이어 2월에도 30%가 각각
줄었다.

특히 생산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원자재와 자본재의 수입감소 추세가 전혀
반전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1백원어치를 수출하려면 30원어치의 재료를 외국에서 사들여
와야 하는 무역구조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원자재와 자본재 수입감소는 앞으로 외국에다 팔 물건을 만들
재료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통상 5~6개월후에 나타나게 되는 환율절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원자재가 없어 환율상승의 호기를 놓칠 것이란 지적이다.

게다가 원자재난이 해결될 기미는 찾기 힘들다.

일람불 수입신용장 개설은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으나 연지급에 의한 신용장
개설은 여전히 어렵다.

지난 2월중 하루평균 수입신용장 개설은 지난해 1월의 절반수준에도
못미친다.

외환위기가 본격화된 지난 11월 수준으로도 회복되지 않았다.

원유를 비롯해 천연고무 펄프 원피 원면 전기동 등 원자재의 국제가격은
떨어지는 추세지만 환율상승으로 국제시세와는 반대로 국내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원자재가격의 하락은 수입감소에는 일조를 했지만 국내가격 상승으로
향후 수출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생산원가는 올라가지만 이를 수출가격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호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