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일 결국 김종필 총리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폐회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투표행위를 둘러싸고 여야간
격론을 벌였으며 몸싸움까지 연출하는 극도의 혼란속에서 결국 정회가
선언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사태의 발단은 여야의원 4명의 5분 발언에 이어 김수한 국회의장이 이날
오후 3시45분 투표시작을 선언한지 채 5분도 안돼서 발생했다.

한나라당 강성재 박종우 이국헌의원 등이 기표소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나왔고 김무성의원 등은 아예 기표소에 들어가지 않고 백지투표를 했다.

국민회의 박광태 자민련 이긍규의원 등은 기다렸다는듯이 한나라당의원들의
투표를 막았고 이 과정에서 여야의원들간 설전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자민련 이인구의원은 투표함을 깔고 앉았고 국민회의 한영애의원 등은
투표함을 막고 의장에게 정회를 요구했다.

투표 중단사태가 계속되자 한나라당 서청원 사무총장 김호일 부총무 등은
"의장이 공정하게 진행해야지 뭐하는 거야"라고 고함을 지르며 항의했고
국민회의 남궁진의원 등은 "백지투표는 무효야"라고 맞받았다.

기표소 투표함 부근에서 여야의원들간의 대치가 계속되자 김 국회의장은
결국 20분만에 정회를 선언했다.

<>.김의장은 한나라당의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정회후 3분만에 본회의
속개를 선언하고 투표를 진행할 것을 선언했으나 국민회의 자민련 의원들이
여전히 기표소를 봉쇄, 투표진행을 막았다.

이에 김의장은 "정회를 할 경우 오늘 동의안을 사실상 처리하기 어렵다"며
여야총무들이 즉석에서 협의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나라당 이상득 국민회의 박상천 자민련 이정무총무 등은 이에 본회의장
뒤쪽에서 즉석 총무회담을 열고 사태수습을 논의했으나 "재투표를 해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과 "백지투표도 적법한 투표행위이므로 표결을 속개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이 맞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여야 대치속에 자정이 지나자 김의장은 한나라당이 요청한 투표함 보전을
지시했고 회의는 자동 폐회됐다.

< 허귀식.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