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파 때문인지 유난히 춥고 길게만 느껴지던 겨울도 가고 어느덧 봄이
성큼 다가왔다.

"종일토록 청려장 지팡이를 짚고 봄을 찾았지만 찾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매화나무 가지에 봄이 와 있더라"는 옛글처럼 미처 느낄 겨를도 없이
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부도사태와 대량실업이라는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마음은
여전히 한겨울과 다를 바 없으니 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과거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는 사계절 중 봄철을 넘기기가 가장 힘들었다.

농사일로 수확한 식량을 겨울동안 다 소모하고 보리는 아직 거둘 수 없었기
때문에 식량부족으로 고통을 겪기 일쑤여서 이 시기를 보릿고개 또는
춘궁기라고 하였다.

요즘 IMF시대를 겪으면서 이 보릿고개가 생각나는 것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어려움이 생각보다 오래 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고비를 극복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어떠한 어려움도 참고 이겨내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와 도전정신이라 하겠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라는 시에 "청춘
이란 인생의 어느 한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는
구절이 있다.

이 말은 정신상태에 따라서 젊은이도 노인이 될수 있고 노인도 젊은이가
될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바로 사무엘 울만이 강조하는 청춘의 정신이
아닐까 생각된다.

지난날의 보릿고개를 생각하며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고 적극적
으로 대처해 나가자.

모진 비바람을 견딘 나뭇잎이 더 푸르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