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때마다 등장하는 단골손님인 주총꾼들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활개를 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2월말 결산법인의 정기주주총회가 잇따라
개최되면서 각 상장사별로 10여명 이상의 총회꾼들이 총무담당 임원을
찾아와 금품을 요구하는 등 극성을 부리고 있다.

특히 IMF한파로 실직자가 늘어나고 증권사들도 대량 감원을 실시함에
따라 전직 증권사 직원을 비롯한 실업자까지 새로운 총회꾼으로 가세해
주총을 준비하는 상장사 직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또 30~40대의 젊은 주총꾼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법정관리나 화의를
신청해 관리종목에 편입된 기업들까지도 이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달 말 주주총회를 개최한 A사 관계자는 "전직 세무공무원 경찰관
은행원 증권사 직원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닌 10여명의 주총꾼들이 찾아와
금품을 요구했다"며 "이들이 주총장에서 회의를 고의로 지연기키거나
재무제표승인 등 주총 안건의 통과를 방해할 것으로 우려돼 평균 20만원
정도의 현금을 쥐어줬다"고 말했다.

전자부품업체인 D사관계자는 "이들 총회꾼들은 대부분 1주나 많아야
10주 안팎의 주식을 갖고 있는 소액투자자이나 원활한 회의진행을
위해서는 이들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며 "실업자가 늘어서인지
올해에는 나이가 젊은 총회꾼들도 눈에 띈다"고 밝혔다.

상장사협의회 정준영 상무는 "대부분 상장사들이 주총에서 물의를
일으킬 것을 우려해 주총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기업이 올바른 경영을 하고 정당한 절차에 따라 주주총회를
진행한다면 주총꾼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 김남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