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길 <한국항공대학 교수>

북한 민항공 관계자가 지난 94년12월 국제 민간항공기구(ICAO)창립50주년
기념식에서 영공개방을 천명한 이래 남.북한및 ICAO 등 관계 당사국간의
3년이 넘는 끈질긴 교섭끝에 1998년 4월 23일부터 평양 비행정보구역을
통과하는 국제항로 개설에 합의를 보았다.

이를 위한 시험비행은 98년 3월 1일부터 5일까지 한국 미국 등의
민간항공기들이 하루에 한편씩 운항할수 있게 됐다.

특히 지난 96년10월7일부터 9일까지 방콕에서 열린 남.북한 항공당국간
회의에서 양측 대표들이 합의, 가서명한 양해각서에는 대구~평양 비행정보
구역을 통과하는 항로설정, 모든 국가의 민간항공기에 대한 무차별 운항허용,
안전운항보장및 수색 구조 사고조사 등에 국제 민간항공조약및 부속서
규정에 따른 협조, 사건발생시 해결절차 등 항로설정에 따른 전반적인 사항
등이 포함되었다.

대구~평양 관제소간 통신수단인 주회선과 예비회선, 항공기의 관제이양방식
및 절차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관제협정도 다음날인 10월 8일 양측
수석대표 사이에서 이미 서명됐으며 이 협정은 지난 2월 28일부터
발효되었다.

한국 민항기가 북한의 공역을 정기적으로 통과하는 것은 해방이후
53년만에 처음있는 역사적 사건이며 향후 남북한 민항공 협력전망에
청신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한 경제적효과및 앞으로의 남북한 민항공 협력전망에 대하여
살펴보겠다.

예정대로 오는 4월23일부터 평양 비행정보구역(FIR)통과항로가 개설되면
남북한은 물론 제3국 항공사에도 다음과 같은 경제적인 이익이 발생된다.

운항시간 절약(연간)은 국적항공사 약 5천시간, 외국항공사 약 4천시간,
합계약 9천시간이며 유류절약(연간)은 국적항공사 1천2백만달러, 외국항공사
8백만달러, 모두 약 2천만달러나 된다.

북한측은 항공보안시설 사용료(Over Flight Charge)로 연간 2백만달러
이상의 많은 외화를 벌게 된다.

이번 북한영공통과를 계기로 항공분야에 있어 남북한 정부간 협력을
위해서는 첫째 항공당국간 남.북한 민항공공동위원회(가칭) 설치다.

공동위원회가 설치되면 "남.북기본합의서" 제19조의 실현을 위한
남.북한간 제반 항공로개설 추진문제의 구체화방안도 협의할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민항공 분야에 대한 협력추진이다.

현재의 긴장상태가 어느정도 해소되고 전반적인 경제교류가 활성화되면
남.북한간의 민항공부문에 대한 협력이 이루어질수 있을 것이다.

그중 하나는 항공전문인 교육분야에서의 협조다.

북한은 현재 공군중심의 운항체제로서 근본적으로 민간항공 전문인이
거의 없거나 태부족한 상태다.

특히 이번 영공개방으로 외국항공사의 북한영역내 취항이 늘어나고
고려민항의 국내외 운항도 크게 확장되면 민간항공 전문인이 더욱 부족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남.북한간 건전한 민항공협력을 위해서는 북한 항공종사자의
양적 질적 수준도 향상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므로 남북한 공동항공교육 계획을 수립하여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는 남.북한 항공우편물 수송의 협조다.

나진.선봉지역 개발도 본격화되고 전반적인 경제교류가 활성화되면
남.북한간 항공우편이나 항공소포 수요가 늘어날 것이며 이러한 수요를
소형화물기에 의한 항공편으로 흡수하면 남.북한 양측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남북한 항공사간 공동운항및 마케팅전략의 협조도 기대할수 있다.

셋째는 국제항공기구 또는 제반 국제 항공회의에서의 협조다.

국제항공기구나 제반 항공회의에서 남.북한 대표는 예민한 정치적 의제가
아니라면 공동대책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것이 남.북한 긴장완화, 교류증진, 통일의 길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넷째는 남.북한 공동항공정책의 연구및 수립이다.

남.북한간 전반적인 협조관계가 증진되면 장차 통일에 대비한 남북한
공동항공정책 수립에 대한 공동 실무팀을 구성하여 연구할 필요가 있다.

EU도 현재 공동 항공정책을 수립중에 있으며 아세안국가 안데안협정
(ANDEAN Pact)에서도 지역내 구성국가의 이익을 위한 공동항공정책을
수립 또는 시행중에 있다.

북한 비행정보구역이 4월부터 본격 개방되면서 남.북한 관제당국간
자동전화로 안전운항을 도모하며 업무협조를 증진시키고 신뢰도를 쌓으면
북한도 자신감을 갖고 평양의 국제항공로 개방도 가능해지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평양 비행정보구역 개방을 계기로 나진.선봉취항,
속초(설악산)~금강산지역 관광노선개발 등의 남.북한간 직항로개설로 점차
민항공부문의 협력을 증진시켜 남.북한 모두에 이득이 되는 협력사업을
개발하고 더 나아가 항공당국간 협력, 남.북한 공동항공정책 수립으로
발전해 나간다면 궁극적으로는 남.북한의 전반적인 협력및 통일촉진에도
크게 기여할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