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는 고장난 자명종' .. WSJ지 비판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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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은 고장난 자명종인가''
IMF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를 사전에 제대로 경고하지 못한
것은 1백82개 회원국들간의 복잡한 상호 견제와 로비에 취약한 내부 구조,
고질적인 "비밀주의" 등이 어우러진 때문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4일 IMF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특집기사에서 "일부
IMF전문위원들이 작년 4월 시점에서 한국의 금융위기와 원화 환율의 과대
평가를 경고하는 내부 보고서를 제출했었다"고 폭로하고 "그러나 집행부가
한국측의 로비 등에 말려 이를 무시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보도에 따르면 작년 4월 IMF의 자본시장 조사팀장이었던 데이비드 폴커츠
란다우는 한국정부 당국자들과 면담, "한국의 금융시스템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하고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집행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한국 당국자들은 과거에 보여온 고도성장 등의 "치적"을 자랑하며
"금융분야의 문제점들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그의 경고를 일축했다.
IMF집행부 역시 어떤 이유에선지 폴커츠란다우의 보고서가 제출된 지 무려
7개월 뒤인 작년 11월, 그것도 내용을 줄이고 줄인 끝에 "금융자본의 배분에
정부가 개입해 온 한국의 관행은 우려스러운 것"이라는 밋밋한 구절만을
종합보고서에 담았다.
이때는 이미 한국이 외환위기의 한복판에 들어서고 있던 시기였다.
이 뿐 아니다.
IMF의 또다른 전문위원은 "한국의 원화가 과대평가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는 점을 누누이 경고해 왔으나 작년 9월에 발행된 연례 보고서 내용은
"한국은 거시경제 부문에서 훌륭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으로 둔갑했다.
이는 한국측의 "성공적인 로비 덕분"이었다는 게 이 전문위원의 회고다.
IMF는 이에앞서 지난 94년 멕시코 외환사태가 닥치기 8개월 전 미셸
캉드쉬 총재 명의로 미국 재무부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멕시코는 기본적
으로 건전한 경제정책을 추구하고 있다"고 멕시코 정부를 칭송하기에 바빴
었다.
이처럼 IMF가 주요 외환위기에 대해 제대로 "경보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무지"해서라기보다는 회원국들의 "체면"을 더 중시하는 비밀주의
관행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부 전문위원들이 특정 국가의 거시경제 운용상 문제점들을 경고하는
경우라도 해당 국가가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공표하지 말아주도록 요청해
오면 군말없이 "보고서 사장"조치를 내린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해당국 정부의 정책 운용이 더욱 왜곡되는 것은 물론 이 국가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외국 투자자들까지 선의의 피해를 입게 된다.
이와관련 IMF의 한 관계자는 "IMF가 발행하는 보고서는 행간의 의미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보고서에 "염려하다(concerned)"는
단어가 있으면 그것의 진짜 의미는 "경악하고 있다(terrified)"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IMF가 보고서에서 어떤 나라의 정책 기조를 칭찬(commend)했다고
해서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5일자).
IMF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를 사전에 제대로 경고하지 못한
것은 1백82개 회원국들간의 복잡한 상호 견제와 로비에 취약한 내부 구조,
고질적인 "비밀주의" 등이 어우러진 때문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4일 IMF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특집기사에서 "일부
IMF전문위원들이 작년 4월 시점에서 한국의 금융위기와 원화 환율의 과대
평가를 경고하는 내부 보고서를 제출했었다"고 폭로하고 "그러나 집행부가
한국측의 로비 등에 말려 이를 무시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보도에 따르면 작년 4월 IMF의 자본시장 조사팀장이었던 데이비드 폴커츠
란다우는 한국정부 당국자들과 면담, "한국의 금융시스템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하고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집행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한국 당국자들은 과거에 보여온 고도성장 등의 "치적"을 자랑하며
"금융분야의 문제점들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그의 경고를 일축했다.
IMF집행부 역시 어떤 이유에선지 폴커츠란다우의 보고서가 제출된 지 무려
7개월 뒤인 작년 11월, 그것도 내용을 줄이고 줄인 끝에 "금융자본의 배분에
정부가 개입해 온 한국의 관행은 우려스러운 것"이라는 밋밋한 구절만을
종합보고서에 담았다.
이때는 이미 한국이 외환위기의 한복판에 들어서고 있던 시기였다.
이 뿐 아니다.
IMF의 또다른 전문위원은 "한국의 원화가 과대평가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는 점을 누누이 경고해 왔으나 작년 9월에 발행된 연례 보고서 내용은
"한국은 거시경제 부문에서 훌륭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으로 둔갑했다.
이는 한국측의 "성공적인 로비 덕분"이었다는 게 이 전문위원의 회고다.
IMF는 이에앞서 지난 94년 멕시코 외환사태가 닥치기 8개월 전 미셸
캉드쉬 총재 명의로 미국 재무부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멕시코는 기본적
으로 건전한 경제정책을 추구하고 있다"고 멕시코 정부를 칭송하기에 바빴
었다.
이처럼 IMF가 주요 외환위기에 대해 제대로 "경보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무지"해서라기보다는 회원국들의 "체면"을 더 중시하는 비밀주의
관행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부 전문위원들이 특정 국가의 거시경제 운용상 문제점들을 경고하는
경우라도 해당 국가가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공표하지 말아주도록 요청해
오면 군말없이 "보고서 사장"조치를 내린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해당국 정부의 정책 운용이 더욱 왜곡되는 것은 물론 이 국가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외국 투자자들까지 선의의 피해를 입게 된다.
이와관련 IMF의 한 관계자는 "IMF가 발행하는 보고서는 행간의 의미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보고서에 "염려하다(concerned)"는
단어가 있으면 그것의 진짜 의미는 "경악하고 있다(terrified)"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IMF가 보고서에서 어떤 나라의 정책 기조를 칭찬(commend)했다고
해서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