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최경주 프로 및 96신한오픈챔피언 정준 프로와 골프를 친 적이
있다.

최경주와 정준은 거리도 앞서거니 뒷서거니했고 아이언구질도 비슷했다.

다른 것은 딱 두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약 80m 거리의 짧은 어프로치샷에서 정준 프로가 뒷땅을 한번 친
것이고 또 하나는 드라이버샷을 할 때의 어드레스모습이었다.

최프로는 드라이버샷을 할 때 "일단 자리를 잡으면 거침없이 치는 스타일"
이었고 정프로는 "스탠스와 클럽을 조금씩 여러번 움직이며" 어드레스를
했다.

당시 라운드는 겨울끝의 "몸풀기 골프"에 불과했다.

그러나 "작은 차이가 정작 시합때는 우승이냐 아니냐"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그때의 느낌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뒤땅 한번"은 골프에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뒤땅이라는 미스샷과 거리측정이 틀려 온그린에 실패하는 미스샷은
분명 차이가 있다.

프로세계에서 "뒤땅이 한번도 없는 실력과 한번정도 나타날 수 있는 실력"
은 정상급수준과 평범한 수준을 가늠한다.

어드레스 모습은 "보는 사람이 편한가, 아닌가"가 관건이다.

보는 사람이 불편하면 역시 당사자의 샷도 불안한게 골프.

이는 보기에 편한 골프가 플레이도 편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아마추어 골프도 별반 다를게 없다.

대등한 것 같은데도 매번 지는 것은 바로 그같은 "하나의 샷 차이"에
기인한다.

또 아마추어골퍼도 보기에 편한 골프가 역시 스코어도 좋을 것이다.

이상의 얘기는 정준 프로의 수준을 논한 것이 결코 아니다.

젊고 잠재력있는 정준이 앞으로 더 잘쳤으면 하는 게 이 글의 메시지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