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은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선전, 종합 9위를
차지함으로써 3회 연속 세계 1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특히 막판 역주를 통해 대역전을 연출하는 모습은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현실속에서 마땅히 신명나는 일이 없는 요즘, 한여름
무더위속의 시원한 소나기처럼 우리 국민들에게 모처럼의 환한 웃음을
안겨준 고마운 금메달이 세개나 쏟아진 것이다.

승리의 순간을 생생하게 지켜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노메달에서 벗어났다거나
금메달을 땄다거나 하는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 더 감격했을 것이다.

당시 금메달 획득후 가진 인터뷰에서 소트트랙 대표팀 감독이 말한 내용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는 "나가노에 도착한 후 중국팀의 연습장면을 보고 무척 놀랐다. 초반
절대스피드면에서 떨어지는 우리 팀은 마지막 바퉁터치할 때 역전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경기전날까지 피나는 연습을 했다고"고 설명했다.

쇼트트랙이라는 종목은 선두라고 자만하여 잠깐 한눈을 팔게 되면 뒤쳐지고
만다.

더욱이 쇼트트랙 종목중, 3천m, 5천m와 같은 계주 부문에서 순발력에
협동심이 추가로 요구되는데, 이 점에선 우리의 경제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IMF 상황하에서 국가, 국민, 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긴장을 풀지 말고
일치단결하여 선두와의 격차를 좁히면서 추월한 기회를 엿보아야 한다.

우리 민족성은 은근과 끈기로 대표되곤 한다.

비록 급전직하의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우리가 여기서 쓰러질 수는
없다.

오히려 우리의 내면 속에 자라잡은 은근과 끈기의 힘에 경제주체들의
단결과 순발력있는 내용을 더해 재도약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제 마지막 한발까지 전력을 다한 우리의 선수들처럼, 우리 국민 모두
한마음 한뜻이 되어 "한민족"의 매서운 끗발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