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보다는 여러명이 할 때 제맛이 나고,나보다는 남을 생각할때 더
재미있어지는 축구는 어쩌면 가난하고 힘든 시절 우리들이 가장 쉽게 할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운동이었다.

지금 매주 토요일 새벽이면 어김없이 국회의사당옆 고수부지를 달리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축구동우회도 부족함이 더 많았던 시절인 1983년
7월 사내 최초로 결성된 동호인 모임이다.

40여명의 회원들중에는 왕년에 한가닥 했었다는 향수를 먹고 사는 배불뚝이
회원들도 더러 있고 1년에 한두번 운동장에 나타나는 분들도 있지만 한번
회원은 영원한 회원이라는 오랜 전통이 막강 축구동우회의 최고 자산이기도
하다.

오늘의 축구동우회를 이끌어 온 이효차 조사이사, 서기승 대전충남
지회장, 안재환 총무부장 등 역대 회장단들과 열심히 삼겹살 굽고 유니폼
빨아대며 청춘 다보냈다는 최장수 간사기록 보유자 전석봉 과장,
고령(?)에도 젊은 후배들과 여전히 발맞추는 유평수 과장, 울며 겨자먹기
말뚝간사 8년에 성을 바꾸든지 간사를 바꾸든지 하자고 앙탈(?)부리는
강성근 대리, 끝까지 스트라이커이고 싶어하는 오리궁둥이 현준, 친구같은
선후배사이인 이창호 성기동, 실력과는 상관없이 회원들의 기동성 확보를
위해 자신이 꼭 운동장에 나와야 한다고 믿고 있는 성기창 이상배,
날쌘돌이 김용우 최삼현, 그리고 몇 남지 않은 머리칼을 모자로 숨기며
가쁜숨 몰아쉬는 배불뚝이 심충택 대리, 든든한 문지기 권영근 등등.

이렇듯 중소기업의 이익대변과 권익신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축구동우회는 그럴싸한 그라운드이든 울퉁불퉁한
여의도 고수부지이든 장소와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어떤 상대이든 뜻과 시간이 맞으면 게임을 하며 게임이 없는 매주 토요일
새벽에는 자체시합을 하는데 특별히 정규멤버란 없다.

다만 열심히 운동장에 나오는 횟수, 그것이 곧 주전선발의 절대기준이다.

이제 우리 축구회 회원들은 겨울동면을 마치고 지난달부터 새벽운동을
시작했다.

우리의 새벽기상과 함께 IMF의 동장군도 중소기업계를 떠나 가리라
믿어본다.

IMF의 망령을 떨어낼 자신이 있는 우리 회원들과 축구 한게임하고 싶다는
중소기업체의 힘찬 목소리를 기대해 본다.

중소기업인 화이팅!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