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직전의 "북풍공작"에 안기부간부들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사정당국이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개입여부에 대한 내사에 착수, 북풍
파문이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권은 권력기관에 의한 정치공작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북풍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를 야권분열을 노린 ''정치공작''으로 보고 국회 국정
조사권 발동을 검토하고 있어 이 문제가 총리임명동의안처리와 함께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여권의 이같은 방침은 여권일각에서 정개계편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총리인준안처리문제 등으로 꽉 막힌 정국을 풀어나가기 위한
"카드"로 여권이 "사정의 칼"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의 여야 대치상황을 소수 여당의 힘만으로 타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야권에서는 북풍수사가 단순한 선거사범조사 차원을 넘어
정치권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작업을 통한 정개계편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국민회의는 6일 조세형 총재권한대행 주재로 간부회의를 열어 오익제
편지사건은 물론 지난 92년 14대 대선과 96년 4.11 총선 직전의 북풍공작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정동영 대변인은 "한나라당 인사가 지난 대선 직전 중국 베이징(북경)에서
불법으로 북한인사와 접촉, 북풍공작을 시도한 것은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4.11 총선당시의 판문점 북풍사건도 안기부가 개입한 용공조작의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북풍수사의 배경과 진상을 규명하기 하기 위해 국회
정보위 소집과 국정조사권 발동을 검토하는 등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키로
했다.

조순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풍수사와 관련해 진실을 밝히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야당인사들에 대한 표적사정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맹형규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북풍관련 사정한파 움직임이 우리당의
특정 인물들을 겨냥해 구체화되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한다"면서
"북풍수사가 정도를 이탈해 야당파괴 공작이라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그
방향으로 몰아간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