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독일과 같은 나라에서 백만달러의 자기재산을 가진 사람은 찾아
보기 어렵다.

백만달러라 하면 요즘 환율이 두배로 올라서 우리 돈으로 15억원이다.

대지 1천여평에 수영장과 정구장을 갖춘 백만달러짜리 집도 모두 20년이나
20년의 연부상환주택이므로 팔아 보아도 3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그런정도의 재산가는 수두룩 하며 웬만한 중산층
아파트만 팔아도 3억원이 넘는다.

이처럼 우리들 개개인은 부유하다.

근로자들의 월급도 선진국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더구나 선진국사람들은 생활비의 약 3~4할을 집세로 내야 하는데 우리는
대개 내집을 지니고 있으므로 이것을 소득으로 계산해야 옳은 비교가 된다.

이렇게 따져보면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개개인의 재산이 많을 뿐 아니라
소득에 있어서도 별로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들의 생활수준은 쾌적한 선진국생활과는 비교할수 없을 만큼
열악하다.

먹고 입는 것도 그렇지만 주거생활 교통환경 자녀교육 모화생활등은 하늘과
땅 차이가 있다.

더구나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늘어도 국민생활은 항상될
수 없는 벽에 부딛혀 있으며 이것이 현 경제위기의 맡바탕이 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었다.

그러면 왜 그런가 그리고 무엇을 개혁해야 하는가.

첫째로 생활을 합리화 해야 한다.

우리는 개개인의 관행으로 보면 필요한 지출같지만 사회적으로 불편은
하고도 낭비적인 지출이 너무 많다.

예컨대 아들딸 시집보내고 장가 보내는데 수천만원씩을 쓰고 하루일을
팽개치고 결혼식장을 찾아 다녀야 하고, 한달에 수십만원씩의 과외비를
부담해야 하고, 외식비와 저녁 술값으로 매달 수십만원씩을 먹고 마시고,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은 귀금속을 밀수입해서 소비하고, 그리고 신정때도
높고 구정때도 노는 이중과세, 이것이 오늘날 우리들에 생활관행 아닌가.

이것들이 우리생활의 거품이고 군살이다.

이것은 개혁하지 않으면 우리의 생활전진화는 불가능하다.

다음으로 환경 교통 주택 교육 휴식공간과 같은 생활공공재의 부족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앞으로의 국민생활은 먹는 것 입는 것 보다 이러한 생활공공재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을 앞에서 지적한바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경제가 발전할수록 자녀교육은 힘들어지고, 교통난은
심해지고, 환경은 악화하고, 주말에 쉴곳은 없어져서 생활이 오히려 뒷걸음
치는 심각한 문제에 당면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공공재란 개개인이 생산해서 소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집단적으로 생산도 하고 소비도 해야 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개개인의 재산으로 해결하려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사교육비의 경우가 그 예이다.

정부는 사회개혁과 재정개혁을 통하여 생활공공재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셋째로 노동능력이 있는 온 가족이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맞벌이 시대를
열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가장 혼자 벌어서 온 식구를 부양하는 관행이 지속돼 왔다.

이렇게 되면 매년 월급을 크게 올려야 생활향상을 기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생활향상을 도모할수록 국가경쟁력은 떨어지는 모순에 당면하는
것이다.

끝으로 욕구를 분수에 맞는 수준으로 통제해야 한다.

우리경제는 도약단계를 지나서 이제 성장의 감속이 불가피한 성숙단계에
들어서 있다.

경제성장도 꺾이고 승진도 느려지고 재산증식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우리의 욕구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욕구불만은 커지고 버는것 보다 쓰는것이 구조적으로 초과
하여 적자생활이 된다.

사회적 욕구불만이 곧 인플레이며 국민의 적자생활이 곧 외채이고 외환
위기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의 위기상황 아닌가.

더구나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생활비가 고정비화하는 현상이 있어서 어떤
지출도 줄이기가 어렵고 이 때문에 한번 맛들인 소비는 줄일 수 없는
불가역성이 작용한다.

이런 점에서 국민들의 생활관행을 고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것을 고치지 않고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오늘의 경제
위기는 다그치고 있는 것이다.

국민생활의 개혁을 위해서는 강력한 정부의 개혁정책과 시민운동의 전면에
나서고 이를 우리 국민들이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 중앙대 교수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