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기 위해 옷을 벗겠다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극심한 불황으로 직장에서 강제로 옷을 벗는 샐러리맨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생긴 새로운 현상이다.

누드모델업이 인기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실업난을 반영해 실직자와 주부들이 대거 누드모델을 지망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누드모델 단체인 한국누드모델협회에는 요즘 "누드모델을 할
수 있느냐"라는 전화문의가 하루 15통 이상씩 쇄도하고 있다.

특히 문의자의 60%이상은 남성으로 이들중 상당수가 최근에 실직한 사람들
이다.

그래서 ''우리집 아바도 혹시 누드모델인가'' 하는 우스갯소리까지 생겼다.

한국누드모델협회 하영은(30) 회장은 "예전에는 평소 누드모델에 관심있던
사람들만이 문의를 해왔으나 최근에는 할 일이 없어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중에는 대기업을 다니다 그만둔 사람, 유학갔다 온 사람 등 고학력자
들도 많다"라고 말했다.

30~40대 주부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폭등한 물가와 얇아진 남편 월급 봉투로는 자녀 학비대기도 어려워 부업
삼아 뛰고 있는 것.

심지어 5~6명씩 소규모 팀을 구성한 "주부 누드모델단"도 등장했다.

이화여대 조소학과 대학원생 기은서(25)씨는 "요즘 누드모델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전화문의가 많이 온다. 아예 직접 찾아와서 필요할때 꼭 불러달라고
연락처까지 남기고 간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활동중인 누드모델수는 대략 5백~6백명.

그러나 얼굴을 알리지 않고 활동하는 사람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많아진다.

누드모델은 젊고 몸매가 잘 빠져야만 할 수 있는게 아니라 나이들고
뚱뚱하거나 키가 작아도 나름대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일반의 예상과 달리
오랜기간 활동이 가능하다.

한국누드모델협회에는 65세의 할머니도 누드모델로 등록돼 있다.

하지만 기존 누드모델들은 돈벌이에 급급해 아무런 목표없이 누드모델을
시작할 경우 성인도색잡지나 야한 카렌다, 비디오 등으로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구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