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신임 한국은행 총재의 경제관은 한마디로 "현실중시"로 집약된다.

고도의 추상성과 분석에 치중하기 보다는 유연하고 경험적이며 현실성이
중시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의 이같은 경제관은 그의 저서인 "한국경제론"과 "사회정의와 경제의
논리" 두권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이 두권의 책으로 지난 93년 본사가 선정하는 다산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80년대이후 우리나라 정치 경제 전분야에 걸쳐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을
집중 조명한 이 책에서 그는 한많은 땅에서 살아오면서 느껴 왔던 한의
몸부림을 표현했다.

예컨대 60년대이후 우리나라의 화려한 성장 이면에는 불공평한 소득분배,
특히 성장의 견인역할을 담당했던 외자도입에 따른 이자부담이 소득분배를
더욱 왜곡시켜 놓았다고 지적한다.

이에따라 그동안 부는 축적되어 왔으나 경제정의는 무시되어 왔다는 것이다.

돈좀 벌었다고 고급승용차를 타고 골프를 즐기면서 사회정의에는 둔감한
천민자본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우리경제구조를 고집스럽도록 "2중구조"로 해부한다.

농업과 공업이 분리된 경제부문별 2중구조, 공업내의 근대공업과 전통
수공업이라는 기술적 2중구조가 그것이다.

한마디로 허약한 중소기업과 강력한 대기업이라는 이중구조가 경제구조의
균형을 해쳐 왔다고 지적한다.

대기업구조에 대한 그의 비판적인 시각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통화정책과 관련, 그는 중앙은행이 독자적인 정책을 수립.집행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일례로 금융통화운영위원이던 지난 88년 한은독립과 관련한 한은법 파동때
금통위원들이 통화금융정책의 최종책임자가 재무장관이라며 정부 편에
섰으나 유일하게 서명에 참여하지 않았었다.

<박영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