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증시를 보는 증권가의 시각은 비교적 어둡고 무겁다.

힘찬 반등을 예상하기 보다는 하향조정을 전망하는 증권 관계자들이
더 많다.

한국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무디스, 판도라 상자로
남아있는 동남아 통화불안도 외국인을 주눅들게 한다.

선물만기일이 걸쳐있고 외국인과 국내기관이 대량으로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대목도 현물시장엔 적잖은 부담이다.

<> 두 종류의 외국인 = 단기투자에 능한 홍콩계자금은 이익실현에
치중하고 장기자금 성격이 강한 미국계는 중소형 우량주 발굴에 나서고
있다.

2월말 은행주와 저가대형 제조주를 대량으로 사들였던 홍콩계는
말레이시아의 사이모니은행이 넘어지고 동남아 주가와 통화가 불안해지자
주저없이 한국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줄곧 대형우량주를 사들였던 미국계는 중소형 우량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일부 펀드는 지난주부터 한국기업 탐방에 나섰다.

금주중 다른 미국계펀드도 한국 방문을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평양 농심 한국화인케미칼 롯데제과 코리아써키트 신도리코 등
중소우량기업이 주요대상.

대형우량주의 주가측면 투자메리트가 떨어져 한국시장을 통째로
접근하는 쪽에서 실속있는 개별기업을 찾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는
양상이다.

<> 앞으로의 변수 = 동남아 금융시장 동향이 최대 관건이다.

인도네시아의 불안은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다.

무디스가 일본 뿐만 아니라 동남아 각국 은행의 신용등급을 낮추고 있는
것도 외국인 매수세를 위축시키고 있다.

일본은행의 해외차입금리, 이른바 재팬 프리미엄도 급등하는 추세다.

3월말 결산을 앞두고 대외채권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

호재보다 악재가 많은 상황이다.

<> 주가전망 = 증시 관계자들은 금주주가가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동배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외국인의 왕성한 매수세를 자극시킬
만한 호재를 찾기 어렵고 선물 만기일의 부담도 남아있어 종합주가지수가
500선을 살짝 깨는 수준까지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영동 보람증권 투자분석팀장은 75일선이 걸쳐 있는 470선까지 조정을
받을 것으로 점쳤다.

그는 "새정부의 경제개혁정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외국인의 냉정한 시선이 느껴지고 있다"며 "외국인의 한국주식 매수열기는
절정기를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창문 대한투신 투자전략담당이사는 다소 낙관적이다.

그는 "1월말을 피크로 본다면 2~3월은 기간조정의 성격을 갖는다"며
"환율이 높아질수록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기대되고 증권과
보험회사 등의 결산이 끝나는 4월장에 대한 기대감 등도 겹쳐 조정주가도
500선에선 반등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유망종목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외국인의 재매수가 기대되고 기관의
매물가능성이 적은 우량주를 꼽았다.

< 허정구 기자 >

<< 증시주변재료 점검 >>

< 호재성 >

<> 외국인 매도 진정조짐
<> 미국계 펀드, 우량기업 탐방
<> 원.달러환율 상승

< 악재성 >

<> 재팬 프리미엄 급등
<> 동남아 통화불안
<> 여야 대치정국
<> 무디스, 한국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