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아시아의 태풍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월스트리트저널 98년
1월5일자).

올초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계의 뜨거운 이슈중 하나는 "아시아 위기의
전염 여부"였다.

항공 자동차 등 주력 업체들이 주요 시장인 아시아의 수요감소로 몸살을
앓기 시작하면서 이런 걱정이 도처에서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제 이런 목소리는 더이상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는다.

"아시아위기는 미국에 재앙이 아닌 축복을 안겨 주고 있다"(비즈니스위크
3월16일자)는 최근 기사는 미국경제계의 달라진 분위기를 농축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시아의 통화가치하락이 수입상품의존도가 높은 미국의 물가를
안정시키고 있다.

미국의 수입물가는 작년 12월 0.9%, 올 1월 1.3% 떨어진데 이어 2월에도
1%가 더 하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가하락은 7년째 이어지고 있는 경기확장에 따른 "과열" 우려를 불식
시켰다.

작년 하반기 이후 틈만 나면 "경기 진정을 위한 금리인상"을 예고했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중앙은행)도 더 이상 금리 얘기를 꺼내지 않고 있다.

물가와 금리의 안정은 미국가계의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이는 산업 전반의 성장을 받쳐주고 다시 고용을 늘리는 선순환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올 1.4분기중 소비지출 증가율은 기록적인 3.5%를 나타낼 것으로 미 경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난 2월중 실업률은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한 4.6%로 지난 73년 10월
이후 24년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거시경제 지표상의 이런 쾌조항진은 상당부분 아시아의 환율하락 덕분
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물론 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의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불황이 장기적으로
미국에 일정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특히 아시아시장공략을 강화해온 보잉 등 항공기제작업체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업체, 코카콜라 등 식음료업체들의 불안은 여전히 높다.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한국 등을 향해 슈퍼301조와 스페셜
301조 등 각종 통상무기를 앞세워 "금융위기를 수입억제의 구실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은 이들 업계의 불안감을 대변한다.

그러나 적어도 현시점에서 아시아의 금융위기가 미국 경제에 실보다는
득을 안겨주고 있는 것으로 대부분의 미 경제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뉴욕=이학영 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