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스?!"

아이네트에는 20명의 실력파 해커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중 여성도 2명이나 된다.

특히 이들 해커의 실력은 컴퓨터 활용 및 네트워크 침투능력이 아닌
체력과 골 결정력에 좌우된다.

"해커스"란 다름아닌 아이네트의 사내 농구동호회 이름이기 때문이다.

해커스는 매달 3~4번씩 서울 강남 구민회관에서 모임을 갖는다.

코트에서 1시간정도 젊은 정열의 땀방울을 흘리며 격렬한 몸싸움을 펼치고
나면 동료애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해커스가 구성된 것은 지난해 이창승 마케팅팀장의 술자리 제의가 계기가
됐다.

가을비 탓이었을까.

개인적으로 술자리 말고 더 건전한 것이 없을까란 생각을 했다.

건강에 도움이 되고 스트레스도 풀만한 것이 없을까 궁리하던중 학창시절
즐겨하던 농구를 떠올렸다.

술자리 제의를 뒤로하고 생각을 곧 실천에 옮겼다.

인터넷 회사답게 사내 인트라넷인 아이라인을 통해 농구동호인 모임을
갖자는 전자메일을 게시판에 올렸다.

호응은 놀라울 정도였다.

다음날 무려 20여명의 신청자가 몰려들었다.

신청자 개개인도 농구는 하고 싶은데 앞에 나서는 사람이 없어 주저하고
있었던 터였다.

먼저 동호회명을 짓기로 했다.

많은 이름이 거론됐지만 그중 "해커스(hackers)"란 이름이 나왔을때
주저하는 회원이 많았다.

해커스가 "컴퓨터 범죄자"의 뉘앙스를 풍겨 인터넷회사의 동호회 이름으로
걸맞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해커스의 참뜻은 "컴퓨터에 정열을 가지고 몰두하는 사람"이고
일반적으로 사내 통신망에 침입, 시스템을 파괴하는 사람은 크래커
(cracker)라 불린다는 내용의 글을 한 동호회 회원이 올렸다.

결국 아이네트의 농구동호회 이름은 해커스로 결정됐다.

해커스는 아직 다른 동호회에 비해 농구 실력이 뛰어나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조금씩 손발을 맞춰가고 있으며 다른 동호회와도 친선경기를
가지면서 실력이 급성장하고 있다.

농구를 열심히 해서 다른 팀을 이긴다거나 대회에서 우승의 영광을 얻는
것이 해커스의 목적은 아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웠던 일들은 땀과 함께 흘려버린다.

또 앞으로 겪어야 할 어려운 일들은 농구코트 안에서 격하게 몸을
부딪치는 동료들과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지게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