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 7일 발표한 중국판 뉴딜정책은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있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미칠 파급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이샹룽(대상룡) 중국인민은행장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열리고
있는 베이징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정부는 아시아 금융위기의
충격을 완화하고 침체조짐을 보이고 있는 국내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앞으로
3년간 사회간접자본시설과 농업 중화학분야 및 주택건설 등에 모두 1조달러
(약 1천6백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다이 행장은 또 수출을 늘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위앤화를 평가절하 하지는
않을 것임을 거듭 천명했다.

이같은 투자계획은 지난 2월 중국국무원이 앞으로 3년간에 걸쳐
기간산업에 대한 투자를 7천5억달러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전에 비해 상당히 구체성을 띤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중국이 그동안 아시아 금융위기로 인한 수출 및 외국인투자 감소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검토해온 위앤화의 평가절하를 택하지 않고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것은 아시아 인접국들로서는 퍽 다행한 일이 아닐수
없다.

그동안 외환위기를 겪고있는 일부 아시아국가들의 통화가치 하락으로
중국 위앤화도 평가절하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그러나 지난해 4백3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고 5백억달러의 외자가
유입되는 등 외환사정이 좋아 최근에는 오히려 평가절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1월말 현재 홍콩을 포함한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2천3백81억달러로
일본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세계 제1위에 오른 것만 봐도 중국이
위앤화의 인위적인 평가절하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중국이 지난 92년 덩샤오핑(등소평)의 남순(남순)이래 과열양상을 보였던
경제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실시해온 긴축정책을 탈피해 앞으로 통화팽창과
공공사업확대를 골자로 하는 중국판 뉴딜정책을 실시키로 한 것은 물가안정
등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중국의 이번 경기부양조치는 대내적으로 국유기업 개혁에 따라 발생할
1천만명에 달하는 실업자를 흡수하고 21세기의 지속적인 경제성장 기반을
조성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아시아지역에서 "경제대국 중국"의 위상을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진대로 중국은 동남아 국가들과 밀접한 정치.경제적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위앤화의 강세와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동남아 지역의 조속한
위기극복과 안정회복에 대한 신념을 고무시킬수 있을 것이다.

이번 계획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아시아의 외환.금융위기가 가라앉을
때쯤이면 중국의 위상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 역내 중심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아시아 경제위기에 나몰라라 하면서 내수경기 진작에 인색한 일본의
태도를 볼 때 경제규모에 걸맞는 중국의 책임있는 전략적 역할을 더욱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