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서리 국회임명동의 문제를 둘러싸고 촉발된 여야 장기대립
국면이 이번주들어 다소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권은 한나라당이 김총리서리 문제에 대해 양보해줄 경우 다른 현안
처리에 전폭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한나라당은 "김종필 총리 불가" 당론을 고수하면서도 4월중 경제청문회를
열자는 여권요구는 수용할 방침이다.

특히 여야는 "북풍공작" 진상규명을 위해 국정조사권을 발동한다는데 원칙
합의하는 등 강온양면 전략을 통해 절충을 모색하고 있어 이번주가 경색정국
타개여부를 가름할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지난주말부터 김총리서리 문제로 틀어지기 시작한 정국을 바로잡기
위해 총력전에 들어갔다.

야권과의 대화채널을 모두 열어놓고 설득작업에 나서는 한편 대야 압박
수위도 한단계 끌어올리는 양동작전을 펴기 시작한 것이다.

여권은 한나라당이 먼저 요구한 북풍사건 국정조사를 전격 수용하면서
빠르면 내달초 경제청문회를 실시하겠다고 고리를 걸었다.

북풍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는 여권으로서는 불리할 것이 없으며 정치적
법적으로 "다치는 사람"이 나오더라도 한나라당소속이거나 구여권인사라는게
여권의 판단이다.

또 경제청문회에 대해서는 "발목"을 잡고 있는 한나라당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조기 개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가 9일 "북풍공작 진상규명과 경제청문회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운신의 폭은 제약되고 나아가 정계개편의 시기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대목도 이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한다.

이와관련, 이날 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이 북풍공작과 관련한 김대중 대통령의
"유연한 입장"을 공개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특히 "김대통령은 총리임명동의안이 처리되고 국회만 정상화된다면 다시
경제회생에 나서야 한다는 일념밖에 없다"는 박대변인의 언급은 야당이 지난
2일의 총리임명동의안 투표를 무효화하는데 협조해줄 경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국민회의 김원길 정책위의장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추경예산안 심의를
촉구하면서 "정경분리"원칙을 강조한 대목도 야당측에 해법을 암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대해 한나라당은 여권이 여소야대를 반전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로
접근하고 있다며 아직은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김총리서리체제의 위헌여부를 가리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이날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총리임명동의안 문제가 해결된후 추경예산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도 "정경분리 불가"라는 야권의 강경 입장을
확인해준 셈이다.

<김삼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0일자).